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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plaza] 스폰서 홍보하려다 ‘오비’ 낸 닉 팔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1호 26면

요즘 미국의 골프 채널(The Golf Channel) 중계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간판 여성 앵커 켈리 틸먼이 “타이거 우즈를 이기려면 린치(이 단어는 미국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를 가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불과 한 달 뒤 이번엔 해설자 닉 팔도(50·영국)가 ‘사고’를 쳤다.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악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중계 도중 팔도는 ‘골프 매거진’ 2월호가 커버스토리로 다룬 골프 공의 성능에 대한 기사를 언급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공 가운데 54개를 골라 비거리와 스핀 등을 분석한 기사였다.

골프 매거진의 실험 가운데는 스윙 로봇에 드라이버를 장착한 뒤 일반 골퍼의 스윙 속도(시속 144.8㎞)로 공을 쳐 비거리를 비교한 항목도 있다. 팔도는 이 자료를 인용해 테일러메이드의 ‘TP 블랙’이 259.1야드를 날아간 반면 나이키의 ‘원 플래티늄’은 239.1야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팔도는 이어 나이키 공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며 “핸디캡이 높은 아마추어들은 이 공을 안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우즈와 스튜어트 싱크 모두 원 플래티늄을 쓰는 선수들이다.
팔도의 거침없는 입담은 몇 가지 점에서 비난을 샀다.

첫째, 원 플래티늄은 2005년 5월부터 판매되어 온 공이다. TP 블랙보다 1년 정도 앞서 시장에 등장했다.

둘째, 팔도가 골프 매거진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기사의 인터넷 판에는 각 공의 비거리를 보여 주는 차트의 아랫부분에 나이키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 있다. 이 회사의 상품 개발 담당 이사인 록 이시이는 “원 플래티늄은 우즈처럼 스윙 속도가 빠른 선수들에게 더 맞는 공이다. 비거리보다 웨지 샷의 스핀이나 아이언 샷의 컨트롤을 중요시하는 골퍼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팔도가 테일러메이드의 손을 들어준 데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다. 방송 사흘 전인 22일 테일러메이드와 스폰서 계약을 한 것이다. 2003년에는 나이키와 손잡았던 팔도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장기 계약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 측은 팔도가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서 상품 디자인, 장비 실험, 마케팅 및 광고에 관한 고문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골프 전문 사이트 ‘스코어 골프’에 골프 장비 관련 칼럼을 쓰는 릭 영은 테일러메이드가 “대어를 낚았다”며 “비록 선수로서는 한물간 지 오래지만 팔도는 현재 최고의 TV 해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코스 디자인 사업도 전 세계에 걸쳐 번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팔도가 벌써 새 스폰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에선 뻔뻔스럽게 테일러메이드 공의 우월성을 자랑했다”고 꼬집었다.

골프 채널은 보도 자료를 통해 “팔도의 나이키 공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했다. 그의 의견은 골프 채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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