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무역흑자 실속없이 과대평가-美경제전문가 英紙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엔화 가치는 줄곧 올라가는데 일본의 무역흑자는 왜 불어나기만할까. 이러한 고전적 질문에 대해 『일본 무역흑자는 허수(虛數)며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 못된다』는 의견이 미국의 한 경제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무역흑자 액수가 달러약세 등 여러 이유로과대평가돼 있을 뿐이며 일본산업의 경쟁력도 속을 들여 다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다는 주장이다.
근착(近着) 파이낸셜 타임스는 뉴욕 투자자문회사인 먼트로스 어드바이저스 사장 존 트레인의 기고문을 실었다.다음은 일본 무역흑자의 진상을 분석한 그의 논거들.
▲실질 무역흑자는 줄고 있다=우리는 흔히 달러로 환산된 일본무역흑자액을 거론하는데 엔화 대비 달러의 약세 기조 속에서는 이 흑자액이 자연히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엔화나 실질치로 따지면 그렇지 않다.달러화 표시 일본 무역흑자는 지 난 10년간 5배 늘었지만 엔화로 환산하면 2배 증가에 그쳤고 물물교환 개념을 도입한 실질치로 보면 오히려 흑자가 줄었다.
▲해외생산액을 고려해야 한다=미국의 다국적기업이 일본현지에 투자해 물건을 생산한 액수가 일본기업의 미국현지 생산액보다 많은데 이 점이 무역수지에 반영돼 있지 않다.가령 일본내 최대 담배회사는 필립모리스이고,일본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역시 맥도널드다.이들은 사실상 미국의 對일본 수출품이다.미국을 비롯한외국의 對일본 직접투자액 등이 무역수지에 반영된다면 일본의 무역흑자 규모는 훨씬 적게 평가될 것이다.
▲흑자 과실(果實)이 미국으로 되돌려졌다=일본 무역흑자는 어디로 흘러갔는가.일본은 근면한 산업전사(戰士)가 큰 자랑거리지만 대신 뛰어난 투자가를 갖지 못했다.이 때문에 넘쳐나는 달러흑자를 낭비했다.일본은 미국채권에 손을 댔다가 엔 급등으로 손해를 보았다.그 다음에는 대도시 고층빌딩 등 미국부동산에 너도나도 투자했다가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로 수천억달러를 날렸다.
마쓰시타의 MCA인수 등 영상산업 투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결국 대미(對美)무역흑자의 상당부분 을 미국으로 되돌린 셈이 됐다.
▲일본산업은 수익구조가 취약하다=일본은 전통적으로 매출액.시장점유율 극대화 전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제조업의 수익성이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특히 성장성이 높은 첨단산업에서 미국기업의 수익성 우위가 두드러진다.데이터처리산업의 경우 지난 6년간 미국업계 수익률 평균이 일본의 6배를 웃돈다.일본이 우위를 점하는 분야는 철강.자동차.가정용제품처럼 성장성이 한계에 달한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洪承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