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승부사 니시다 사장 ‘DVD 전쟁’ 소니에 지고도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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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DVD 규격 전쟁’에서 소니에 완패를 당한 도시바의 니시다 아쓰토시(西田厚聰·64) 사장이 요즘 상종가다. 2년간의 격전 끝에 물러난 패장에게 보내는 찬사치곤 과할 정도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 등 일본 언론들은 니시다 사장의 DVD 사업 철수 결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하리야 고이치(張谷幸一) 애널리스트는 “니시다 사장의 이번 결정은 신속하고 용기 있는 철수”라고 말했다. 도시바가 DVD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업계에선 수백억 엔의 손실을 예상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오히려 정반대 반응이다. 도시바 철수가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도쿄증시에서 도시바 주가는 전날보다 오히려 5.75% 뛰었다. 이날 닛케이종합지수는 0.2%가량 상승에 그쳤다. 이후 닛케이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도시바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다치바나(立花)증권의 가마다 시게토시(鎌田重俊) 애널리스트는 “니시다 사장의 ‘임기응변력’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철수를 도시바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점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일본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사업에 대해선 손실이 쌓이고 전망이 어두워도 ‘본전’에 대한 미련 때문에 쉽사리 포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 금기를 니시다 사장이 과감히 깨고 있다는 것이다. 니시다 사장은 2005년 사장 취임 후 미국의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WH)를 4800억 엔에 사들이는 한편 도심 긴자 소재 빌딩과 레코드회사 ‘도시바EMI’를 매각했다. 도시바의 사업 양대 축을 반도체와 원자력으로 집약하기 위해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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