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합 정치분열 부른다-美이코노미스트誌소개 새 경제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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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경없는 경제」라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통합현상이 정치적 통합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은 명백히 도움이 된다는 가정아래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가정이 옳지 않다는 경제적 요인을통해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이 연구에 따르면 경제통합이 오히려 정치적 분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誌는 최근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분열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현상을 경제논리로 구명(究明)한 두 경제학자를 소개했다. 모두 이탈리아人인 하버드大의 알베르토 알레시나교수와 브뤼셀大의 엔리코 스폴라오레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국가의 적정규모를 찾는데서 출발한다.
한 개인이 어떤 국가에 속하는데서 얻는 가장 큰 이익은 안보와 치안같은 공공서비스다.이 공공財의 1인당 비용,즉 국민 각자가 내는 세금은 인구가 많을수록 싸진다.예컨대 지역별로 군대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여러 지역이 공동으로 상비군 을 두는게 단가가 싸게 먹힌다.이런 점에서 국가에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른바「규모의 경제」법칙이 적용된다.즉 어느 수준까지는 국가도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적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가의 규모가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나라가 클수록 지역적.인종적으로 이해가 다른 집단이 속할 가능성이 높다.두 교수는 나라가 클수록 국민들간의 이해상충을 조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여기서 국가의 적정단위는 규모 의 경제에서얻어지는 편익과 인구의 다양성에서 오는 불이익사이의 균형점을 바탕으로 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국가에도 정부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변경의 국민들이 있게 마련이다.이들에게는 세금을 덜받는 절충안을생각해 볼 수 있지만 현대의 민주주의아래서는 그런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게 문제다.즉 국민 다수는 변방의 소 수민족에 대한보상책에 동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소수민족들은 그들 자신의나라를 세우려고 한다는 것이 두 교수의 진단이다.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세계는 점점 분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경제의 통합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무역장벽이 점점허물어지고 국가단위를 넘어선 자유무역지대가 확대될수록 소규모 국가가 자립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는게 이들 교수의 주장이다.예컨대 북미자유무역지대가 창설된 지금 퀘벡주 로서는 굳이 캐나다라는 국가에 속할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적어졌다.
결국 현대세계의 두가지 큰 흐름인 경제통합과 민주화는 기존 대국(大國)의 분열을 가속화한다는게 이들의 결론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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