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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다양한 사랑법 깔끔하게 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사랑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구세대,상품 고르듯 선택이라 생각한다면 신세대.』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별하는 방법 한가지다.
다소 무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신.구세대식 「사랑법」의 차이를설명하는데는 설득력이 있다.MBC-TV『사랑과 결혼』은 이같은사랑법의 차이를 재료로 드라마라는 캔버스에 그려가는 그림이다.
결국 「결혼」이라는 완성품이 나오리라 쉽게 예 상할 수 있지만일단 그리는 과정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 재미는 한때 유행하던 우스개 『왕년의 인기코미디언 이기동을 알면 구세대,모르면 신세대』식의 단순한 연대적 구분의 오류를 벗어난데서 온다.
주요 등장인물인 두 남자와 세 여자는 서로 비슷한 연배지만 사랑법에서 만큼은 각기 확연한 신.구세대적 차이를 보여준다.
완전한 사랑보다 기호품 같은 사랑을 원하는,그래서 여러 여자에게 똑같은 유혹의 말을 되풀이할 수 있는 남자(임성민扮)가 있고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당당하게 애정을 요구하지 못하는 남자(정보석扮)가 있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택에서 배제됐다고 상처받지도 않는,그래서 더욱 적극적인 사랑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자(이영애扮)가 있고 사랑을 운명처럼 받아들여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랑의 불길을 늦출 수 없는 여자(김혜수扮)가 있다.
이 신.구세대적 양극단 사이에는 또 느낌없는 유혹은 단호히 거부하면서도 사랑에 대해서는 본의 아닌 절제를 거듭하는 중간자적 여자(김희애扮)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랑법 가운데 어느 것이 옳고,그르냐의 선악적판단은 유보되고 있다.지고지순한 사랑도 지나치면 시대착오적일 수 있고 선택적 사랑도 충동구매를 피하면 합리적 소비생활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악판단의 배제는 신.구세대적 사고의 차이를 단순히 시간적 의미로 구분해버리는 전형을 피함으로써 편견없이 성공적으로 수용된다.
같은 시대에 혼재된 다양한 사랑법을 여러가지 물감으로 혼합해그림으로써 비록 예측가능한 결말일지라도 그것이 정작 어떤 색깔을 띨 것인지 예단할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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