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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칼럼>스타는 공공의 소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중앙일보는 스포츠기사의 영역을 넓혀 독자들의 날로 증대하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김광희.고원정씨등 2명의 컬럼니스트가 쓰는 스포츠칼럼을 격주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그의 얼굴은 목탄(木炭)으로 직직 그은 굵은 선의 데생이라야더욱 무골(武骨)스러워지고 분위기가 살아난다.마이크 타이슨(29). 그가 인디애나교도소에서 직행한 사우싱턴의 자택은 무학(無學)에 가까운 20대 후반의 흑인청년에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대지 8만5천평에 14개의 침실.수영장과 롤스로이스를 비롯한30대의 승용차,이런 것들이 타이슨 저택의 스케일을 웅변해준다. 거두절미하고 그가 복싱 헤비급을 평정한 86~90년의 단 4년동안에 번 돈은 자그마치 6백억원.
한편으로는 명예와 돈 그리고 성취를,또 한편으로는 폭력.절도.강간등의 그늘을 공유하고 있는 타이슨의 언밸런스 현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그는 분명히 염치없는 일을 저질렀고 아직 보호감찰 대상인데 회교도의 상징인 흰색 스컬캡을 쓰고 출감하는 모습은 도전적이면서도 어딘가 불만에 찬 것이었다.
그의 호화저택에는 많은 프로모터들이 현재는 무관(無冠)인 그의재기전을 위해 최소한 5백만달러의 파이트머니,크게는 사상 최고인 2억달러의 흥행 프로그램을 짜놓 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몬티드 일링워드라는 프리랜서 작가는『타이슨,신화 그리고 배신』이라는 책에서『타이슨은 싸우도록 조종되고 상품처럼 전시되다가 결국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돈 킹을 비롯한 측근들의 농간에 의해 파멸의 길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더욱 혼란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이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인가. 최근에 느끼는 또 하나의 회의는 농구천재 마이클 조던의 방황이다.그가 4백만달러의 연봉을 뿌리치고 단돈 1만달러의 계약금으로 야구계에 투신했다가 코트로 복귀한 저간의 사정 말이다. 가위 입신의 경지인 그의 농구기량에 대한 언급은 사족일 정도고 86년부터 93년까지 7년동안 그는 웬만한 중견기업가가 평생을 두고도 이루지 못할 부를 축적하는데 성공했다.
광고모델료등을 포함한 연간수입은 물경 3천만달러로 94년 스포츠분야 1위,포춘誌가 선정한 미국의 수입 베스트 30위안에 랭크될 정도였다.
이러한 조던을 야구로 이끌어간 요인은 무엇인가.서민감각으로는도저히 이해못할 일을 이 천재는 서슴지 않았다.이러한 변신의 언저리에는 천재특유의 오만과 세상을 극화하려는 작위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타이슨이나 조던같은 스포츠영웅도 인간적인 미숙함과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프로스포츠맨이 추구하는 목표는 돈과 명예다.그런 의미에서 타이슨과 조던은 이미 모든 것을 얻고도 남은 행운아들이다. 그러나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고 명예는 얻기보다유지하기가 더 힘들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그들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쇼펜하워는『돈은 바닷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고 했다.많으면 많을수록 탐욕스러워지는 것이 인간과 돈의 함수관계다.철권 타이슨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조 루이스는 34년부터 13년동안 헤비급 챔피언으로 군림하면서 2 5차례나 타이틀을 지켰고 당시로는 엄청났던 4백50만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말년에는 외롭고 가난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주먹 하나로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루이스는 암시해 주고있다. 『일반대중의 신뢰를 얻는 사람은 자신을 공공의 소유물로인식해야 한다』고 토머스 제퍼슨은 말했다.
제퍼슨의 이 말이 지금 타이슨과 조던에게 가장 걸맞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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