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對이란 교역금지 배경-러.中 核거래추진에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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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對이란 전면금수및 투자 금지조치를 단행한 것은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요구해온 美의회와 유대系의 주장을 받아들여 96년 대선(大選)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美의회는 현재 유대系의원을 중심으로 對이란 전면 금수는 물론 이란과 교역하는 모든외국기업에 대해 미국내 비즈니스를 봉쇄하려는 초강경법안까지 상정해 놓고 테러와 핵확산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을촉구해왔다.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유대인회의 석상에서 공식 발표했다는 사실에서도 이같은 정치적 배려를 읽을 수 있다.
지난 87년 미국이 국제테러 활동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유지해온 양국간 관계가 다시 악화된 것은지난해말 이란이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중단됐던 부세르 원전(原電)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미국은 원유가 풍부한 이란이 원전을 재건하겠다는 것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이란은 당초 이 공사를 담당했던 독일 업체에 재건공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의 압력으로 이 회사는 이란과의 접촉을포기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란이 올해초 러시아와 중국을 새로운 핵기술 도입 파트너로 잡으면서부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미국의 對이란 원자로 수출 취소 요구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이 계약이 핵기술의 평화적 수출이며,국제법규에도 전혀 저촉될 것이 없다며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강경책으로 러시아와 중국도 다소 주춤해질수밖에 없게 됐다.중동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좀더 넓은 의미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본격 제재에 착수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미국은 걸프지역에서 이란과 이라크의 힘 의 균형을 통해 어느쪽도 이 지역의 패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는데 외교의 중점을 두어왔다.따라서 지난 4년간 경제제재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의 제압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미국정부는 최근 연 10%가 넘는 빠른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다시 중동의 강자로 부상하려는 이란의 힘을 사전에 빼놓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걸프전 이후 중동에서 유일한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이같은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동안 군사적인 봉쇄와 경제봉쇄라는 이중 봉쇄의 초강경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對이란 제재가 성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이란은 이번 조치로 전체 석유 수출액의 20%가 넘는 42억달러어치의 원유수출선을 잃어버려 타격을 입겠지만 석유전문가들은미국기업의 철수로 인한 공백을 유럽과 일본기업들 이 빠른 시간내에 메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美국무부의 일부 관리들은 전면금수가 그동안 미국과의 경제개방을 주장해온 라프산자니 대통령등 이란내 온건파의 입지를 난처하게 만들어 미국의 장기적인 중동전략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우려하고 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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