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취임 일성 “대기업 노조, 올 임금인상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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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장석춘 신임 위원장<左>과 이용득 전 위원장이 28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열린 이·취임식에서 손을 잡고 조합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장석춘(51) 한국노총 위원장은 28일 “대기업 노조에 올해 임금 인상을 자제토록 임단협 지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한국노총 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3월부터 사업장별로 시작되는 임단협 때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조합원은 88만여 명이다. 이 중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 소속된 조합원은 42.9%인 36만9000여 명에 이른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팀장은 “노총 차원에서 임금 인상 자제 지침을 내리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각종 정책을 연대키로 하고 선거운동을 도왔다. 4월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을 지지키로 했다. 장 위원장은 “정책 연대를 했다고 우리 입맛에 맞는 것만 무조건 내놓으라는 식의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고용 안정을 내세워 6월 말께 총파업을 벌일 예정인 민주노총과는 대조적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기업 정규직이 양보하면 비정규직과 일자리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처럼 장 위원장이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대기업 노조에 임금 인상 자제 지침을 내리는 것은 처음인가.

“그렇다. 고민을 많이 했다. 지침은 노총의 노사 관계 표준안과 마찬가지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구상은 있는가.

“우선 10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을 자제토록 임단협 지침을 내릴 것이다. 기업은 그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임금 인상 자제분은 비정규직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도 쓰일 것이다. 대기업 노조의 임금 인상 자제 하나만으로도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 비정규직 복지 향상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노조의 반발이 만만찮을 텐데.

“어느 정도 삶의 질이 보장되는 노조는 스스로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하면서 소외된 계층을 보듬어 안는 배려를 해야 한다. 조합원의 비판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움직이겠다.”

-새 정부의 노동 부문 인사를 어떻게 보나.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노동 라인 에 노동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청와대 수석은 가정복지를 전공했고, 노동부 장관(후보자)은 실무와는 거리가 멀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조의 역할은.

“노조도 필요하면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바이어에게 ‘품질은 확실히 보장하겠다. 납기도 맞춰 주겠다’고 노조가 약속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가 바이어에게 믿음을 주면 우리에게 일을 맡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국부도 커진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돋우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몇 년 전 중국공회(노총)가 LG필립스 LCD 공장에서 파업을 일으키도록 부추긴 일이 있다. 우리 기업을 길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공회에 편지를 보냈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얻는 게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회에서 사과를 해왔다. 그런 것이 노조가 할 노동외교 아니겠는가. 해외 공장이 잘못되면 결국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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