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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3.3㎡당 4500만원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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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7년 11월부터 오늘까지 전국의 언론매체들이 부산에 주목하는 기삿거리가 하나 있다. 3.3㎡당 4500만원에 관한 것이다. 비교적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면 평당 4500만원의 아파트가 분양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최고가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리슈빌 아파트로 3.3㎡당 3972만원이었다. 이제 이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부산에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약간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분양되는 모든 아파트가 3.3㎡당 4500만원이 아니라 흔히 펜트하우스라 불리는 몇 세대의 가격이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미끼상품처럼 미끼 헤드라인에 눈이 걸려 내용을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여튼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600만원대로 해운대구청에 의해 분양 승인이 났다. 물론 평균 분양가 역시 일반 서민들에게는 선뜻 구입할 수 있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마린시티(수영만 매립지의 새 이름)는 해운대해수욕장을 지척에 두고 있는, 전국적으로도 전망이 매우 좋은 곳이다. 이미 완공된 초고층 아파트들과 콘도미니엄·오피스텔 등은 해운대의 경관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마지막 남은 대규모 나대지에 들어서는 새로운 아파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여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대 주거지의 형성 요인 중 하나로 주거집단군집(Clustering Housing Grouping) 현상을 꼽는다. 사회적으로 비슷한 소득·학력·직업·연령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군집) 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이러한 집단들은 자신들의 높은 주택 구입 능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자연환경과 편리한 생활환경이 확보되는 주거지에 대해서는 우선적 입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스놉(Snob)효과라는 것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즉 내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타인과 차별되는 선민의식 또는 자기 만족감을 즐기는 것이다.

부산 마린시티에 건립되었거나 건립될 아파트들은 전국의 타지역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고가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거나 거주하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스놉 효과를 즐기려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저급스러운 소비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할 뿐이다.

마린시티 거주자들 역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인정받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지닌 전문성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능력들이 외부로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 부디 주택 수준만 높은 곳이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격의 지역문화가 형성되고 전파되는 발신기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린시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문화와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마린시티 포럼의 창설을 제안해 본다.

황영우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