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키워야 경제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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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제는 국내에도 타임 워너나 뉴스 코퍼레이션 같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나와야 한다.” “그를 위해 매체 간 진입장벽을 허물고 활발한 매체 융합이 필요하다.” “국내 미디어 콘텐트 기업이 해외 거대 자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네트워크나 플랫폼 중심이 아닌 콘텐트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이달 19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연 ‘방송영상산업과 국가 경제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날로 글로벌 콘텐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에 맞설 ‘글로벌 프로덕션’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만제 KBI 정책연구팀장은 “지식 기반 경제에서 콘텐트 기반 경제로 진화하는 변화의 핵심은 방송 콘텐트”라며 “세계 방송시장(3186억 달러)은 반도체·가전·휴대전화·조선보다 큰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의 경우도 영화는 1년에 70여 편이 제작되는 반면 드라마는 100여 편(약 2000회)이 제작되고, 지상파의 연간 직접 제작비도 913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팀장은 “시장 개방 확대(FTA), 이용자들의 해외 콘텐트 이용 증가에 따라 국내 콘텐트 제작 산업의 경쟁력이 날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를 위해 지상파나 복수 방송채널사용 사업자(MPP) 등을 중심으로 소수의 대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고, 독립제작사나 방송채널사용 사업자(PP) 등 다수 제작 주체가 참여하는 제3채널(외주채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 발제자 김문연 중앙방송 대표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야후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나 일본 라이브도어의 후지TV에 대한 적대적 M&A 사례, 최근 머독의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 사례 등과 같은 상황이 국내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의 많은 미디어·콘텐트 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인수됐거나 투자를 받는 상황으로, 지상파를 제외한 대부분이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다는 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 역시 “케이블·DMB·IPTV 등 정부마다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기술과 인프라 육성은 잘해 왔지만 콘텐트 육성을 플랫폼 육성만큼 해 오지 않아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불렀다”며 “이제는 네트워크 중심에서 콘텐트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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