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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의 기대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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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국은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대외관계를 혈맹 관계, 전통적 우호 관계,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 우호 관계로 구분하고 있다. 역사적인 맥락과 함께하는 혈맹이나 전통적 우호 관계 외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동반자 관계다. 동반자 관계는 여러 가지 수사로 표현하지만 최상위 개념은 ‘전략적’이라는 단어가 따라야 한다.

중국 외교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설정은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협력 가능한 사안부터 협력해 쌍방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특히 중국에 있어 전략적 관계는 미·소 양극체제 종식 이후 미국의 단극(單極)체제 고착화를 견제하는 다극화(多極化) 외교의 핵심 축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중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와만 전략적 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한국에 전략적 동반자로의 격상을 언급하는 것은 국제 정치 외교적 역학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전략 관계로의 격상을 중국 측이 먼저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당연히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그동안 한·미 관계가 소원한 틈을 타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동북아에서 외교적 공간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새 정부가 대미·대일 관계 강화 및 복원을 강조하자 중국은 ‘중국 소외론’까지 제기하면서 아연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국은 한국의 대미·대일 정책과 함께 대중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춰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중국의 동북아 정세,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다. 동북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의 해결을 다루는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몇 년간 고정적인 틀로 여겨졌던 참여국들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소원했던 한·미 관계도 미국 상·하원이 이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을 채택한 데서 나타나듯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일본도 아베 정권에서 후쿠다 정권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외교의 중시가 기존의 고이즈미식 미·일 밀월관계를 변화시켰다. 이에 맞춰 중국은 일본과 ‘전략적 호혜관계’를 수립했다. 기존의 한·중 관계 틀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중국의 인식은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하다. 한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으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전략 대화나 협력이 대폭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은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유지의 최대 핵심국가다. 국제 역학관계상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이다.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도 그렇거니와 ‘관리 가능한’ 북한 현 정권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상 유지다. 자국의 경제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핵문제 같은 국제 문제에 중심자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현재 환경이 중국으로서는 매우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 및 대북 정책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한국에 자신들의 기대와 우려를 전달했다. 결국 미·일과의 관계 강화와 함께 한층 수준이 높아진 한·중 관계를 설정하는 것. 이명박 정부가 추구해야 할 실용외교의 핵심이다.

강준영 한국외대·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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