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현장>오토바이 투어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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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부릉 붕 붕.」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자 부드러운 엔진음이낮게 깔린다.『자,대형을 이탈하지 말고….』짤막한 한마디를 신호로 육중한 골드윙 7대가 차도로 날렵하게 들어섰다.
26일 오후 서울동작구사당동 총신대 네거리.배기량 1천5백20㏄ 대형 오토바이 골드윙을 타는 사람들의 모임인 윙클럽이 상춘(賞春)투어에 나선 것.
클럽 회장인 박순길(52)씨 가게 앞에서 만난 이들의 행선지는 서울대공원을 거쳐 경기도 이천.뒷좌석의 편안함이 승용차 못지않다.윈도 스크린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전용 헬멧은 인터콤 기능이 있어 뒷좌석의 동승자와 가벼운 대화가 가능하다.오토바이를 탄지 20년이 넘었다는 이영진(50.
서울서초구방배2동)씨는 『오토바이에 오르는 순간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다』고 말했다.
주위 경관을 즐기며 느긋하게 달리다 보면 20,30대 시절 시속 2백㎞를 넘나들며 폭주했던 기억이 새삼 부끄러워지기도 한다고. 윙클럽 정회원은 12명.40,50대가 대부분으로 20~30년씩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다.그들은 오토바이 의 위험성을누구보다도 잘 안다.무작정 속력을 내려는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는다.엄격한 규율에 못이겨 스스로 클럽을 떠난 사람들도 많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서울~수원간 산업도로로 나서자 군데군데 피어난 개나리.철쭉이 반겼다.선두가 길 옆으로 오토바이를 세웠다.30㎞쯤 달렸을 것이다.서둘러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아니다. 그사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 이야 기 등을 꺼낸다. 오토바이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생활의 고충을 함께 털어놓을수 있는 사이다.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젊게 사는 비결이다.
매월 셋째 주말 정기 투어에 나서지만 평일에도 서로 연락해 경기도 이천이나 포천 등지로 훌쩍 떠나곤 한다.부부동반하는 경우가 많다.지난해 4월 클럽 결성후 설악산.지리산등 웬만한 명소는 거의 돌아보았다.이달 초에는 전주~군산간 벚 꽃길을 다녀오기도 했다.
윙클럽 이외에도 오토바이 투어링 동호회는 전국적으로 50여개에 이르고 있다.이들은 매달 모임을 갖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으며 동호인은 약 5천여명에 달할것으로 추산된다.
千昌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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