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도시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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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가스등』이란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희미해졌다 다시 밝아지곤 하던 불빛과 공포에 질려 자포자기한 듯 보이던 그녀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그 영화에 나오던 燈.가스의 쓰임새는 바로 그 영화처럼 조명용에서 시작됐 다.
19세기말 등장한 백열전등과의 경쟁에서 조명용으로의 쓰임새는잃었지만 이제는 도시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연료로 더 큰 몫을 한다.
가스는 사용이 편리하고 공해가 없다.경제성과 안전성에서도 다른 연료보다 뛰어나다.특히 공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상황에서 「클린 에너지」로서의 가스 위상(位相)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 가정을 파이프로 연결,가스를 공급하는 「도시가스」의 역사는 선진국에선 이미 1백년을 웃돈다.우리나라는 70년에야 첫선을 보였지만 그 편리성 때문에 이를 쓰는 가정이 급속히 늘고 있다. 도시가스는 크게 LPG(액화석유가스)와 LNG(액화천연가스)로 나뉜다.LPG는 보통 프로판가스로 불리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프로판이 LPG의 주요 성분이기는 해도 부탄.프로필렌등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도시가스로서의 역사가 오래된LPG는 영하 46도로 냉각하거나 냉각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압력을 가하면 액화(液化)되는등 이용이 보다 편리한 반면 위험성이 높다.공기 무게를 1로 기준하면 LPG와 나프타등을 혼합한기존의 도시가스는 1.3정도로 무겁다.
따라서 새어나온 가스가 공중으로 확산되지 않고 밑에 가라앉아폭발의 위험성이 크다.
LNG는 지하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영하 1백62도로 냉각,액화시킨 것이다.기화(氣化)되면 비중이 공기무게의 0.6정도.
따라서 쉽게 확산된다.게다가 LPG는 공기중에 2%정도만 섞여있어도 발화(發火)될 수 있지만 LNG는 5%이 상 섞여야 발화되므로 밀폐된 상황이 아니면 도시가스로선 LNG가 LPG보다안전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도시가스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LNG로 바뀌고 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대구등 다른 지역은 아직 교체하지 못하고있는 상태다.
물론 LPG도 나무랄데 없는 연료다.
문제는 그렇게 숱한 사고를 당하고서도 달라지지 않는 안전에 대한 불감증(不感症)이다.연료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불감증이 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 같은 인재(人災)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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