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필귀정의 한판 … 자랑스러운 ‘한데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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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의가 이긴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 고맙다.”

26일 밤(한국시간) 열린 한국 대표팀과 쿠웨이트의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을 TV를 통해 지켜본 네티즌은 “속이 후련하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에 신경을 써주지 못했던 아들이 쑥스럽게 우등 상장을 내민 듯한 기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편파판정을 일삼던 쿠웨이트를 맞아 한국이 멋진 설욕전을 펼치자 네이버·야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쏟아진 네티즌의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실력이 돈과 ‘빽’을 이긴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한판이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sayvian이라는 네티즌은 “심판이 뒤를 봐주는 나라는 실력이 강한 나라에 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우승한 핸드볼 대표팀과 온몸을 던져 20여 차례의 슛을 막아낸 수문장 강일구 선수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ckxt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실업 팀이 4개뿐인 나라에서 우승하다니 대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sayvian)은 “어떻게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이렇게 잘할 수 있는가”라며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또 아이디 kunwoo1979는 “골키퍼가 쿠웨이트 선수들의 슛을 모두 막아내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10시30분에 열린 경기를 SBS가 45분이나 늦은 11시15분부터 지연 중계한 데 대한 원성도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데 TV에선 지나간 장면을 중계하더라. 차라리 후반전만 중계하지 그랬느냐”고 밝혔고, ezlover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SBS’가 ‘생방송’의 약자(略字)는 아닌가 보다”라고 재치 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었다. 평소 핸드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올림픽이나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큰 경기만 신경 쓰는 것은 냄비근성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모처럼 달아오른 핸드볼 열기가 뚝배기 같은 은근함으로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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