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코너>여직원 유니폼 입기와 벗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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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5년은 분명히 우리나라 여성의 유니폼을 벗기고 또 입힌 해로 기억될 것이다.우선 삼성.대우전자등 대기업들이 오는 9월부터 여직원들에 대한 유니폼 착용을 폐지하기로 결정해 남직원과 똑같이 자유복 착용을 허용키로 한 것이 여성과 유 니폼에 관련된 95년의 한갈래 사건이다.
또 한갈래의 사건은 정부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던 여생도의 사관학교 입학을 허가해 일단 공군사관학교부터 여자신입생을 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미니스커트나 불루진을 마다하고유니폼으 로「대학생활」을 시작할 여학생들이 97학년도부터 탄생하게 된 일이다.
이 두 사건은 각자 독립적으로 일어났지만 우리사회 여성들로부터 박수받은 일이었고 우리사회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시작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 여직원만의 유니폼 착용은 여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열등감을느끼도록 작용해왔다.비슷한 일을 맡고 있는 입사동기 남자 직원은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데 유니폼을 입어야만 했던 어느 대기업의 대졸 여직원은『입으라니 어떻게 하겠느냐』며 낮은 목소리로나마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이 여직원의 불만이 아니라도 여직원만의 유니폼을 강요하는 현실은 세계화를 외치는 기업의 이미지와도 상충돼 보였다.
한편 사관학교의 여학생들은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오히려 남성위주 사관학교 교육의 획일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이미 76년에 여학생을 받아들인 美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는 획일적인 「스파르타식」교육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창조 적인「아테네식」교육으로 전환하는 대변혁의 일부로 여생도 입학의 의미를 두었었다. 우리사회는 유니폼에 관련된 멋적은 기억을 갖고 있다.
80년대 중고생의 교복을 자율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폐지됐던 유니폼이 불과 10년만에 부활된 것이다.
기업의 여직원들은 유니폼 이후의 복장에 대해 심사숙고해야만 한다.유니폼이 없어졌다고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면 여직원 유니폼 시대의 직장분위기가 더 낫다며 유니폼 환원 논리가 득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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