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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도씨탈출기>8.對南총책 金仲麟 화장실 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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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은 남한의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을 우습게 생각했다.평양 집권층은 盧대통령을 물태우 또는 물닭이라고 부르곤 했다.물닭은논에 사는,오리처럼 생긴 겁많은 동물이다.
반면 북한은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을 가장 무서워했다.성격이 워낙 우직해 진짜로 밀고 올라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북한이 지난 83년10월 버마 아웅산 테러를 감행한 것도 다그런 이유에서다.그런데 북한이 아웅산에 보낸 테 러리스트들은 3호청사 작전부 청진연락소 소속 공작원들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당위원회에는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4개 부서가있다.사회문화부.작전부.조사부.통일전선사업부다.이 가운데 조사부는 평양 중심지인 창광거리의 본청사 안에 있다.나머지 3개 부서는 김일성大 맞은편에 위치한 3호청사에 있다 .
사회문화부는 이름만을 놓고 보면 아주 점잖은 부서처럼 들린다.그러나 사회문화부는 남조선공작 전담기관이다.간첩파견과 정탐활동이 주업무다.현재 이찬성이 부장이다.조사부는 남조선과 해외의각종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정보조사기관이다.
작전부는 테러와 정탐원(간첩)들의 길안내를 맡고 있다.김현희의 KAL기 폭파와 아웅산 테러도 작전부 작품이다.道마다 해상연락소를 갖고 있다.
통일전선사업부(통전부)는 원래 일본과 통일전선사업을 관장한다.조총련 60만명을 유사시에 활용하자는 것이다.최근에는 미국교포를 포섭해 사회문화부로 넘기는 일도 겸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통전부가 북한의 각종 위장 사회단체들을 배후에서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통전부에는 총 13과가 있는데 내가 있던 통전부 6과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통일민주전선중앙위원회.천도교청우당.기독교연맹.불교도연맹 등을 거느리고 있 었다.
그러니까 한국의 야당 대표가 조평통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하면 통전부 6과의 공작에 놀아나는 셈이다.또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대종교의 안호상(安浩相)씨도 실은 6과 소속 천도교청우당 지도원과 만나고 온 것으로 보면 정확하다.마카 오.홍콩.일본.독일 등에 파견된 공작원들은 한번 나가면 몇 년씩이나 북한에 못 들어온다.따라서 이들 공작원의 부인은 과부 아닌 과부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대남공작부서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1년에 몇 번씩 부인들을 초대소에 모아 놓 고 선물증정식을 가진다.그런데 못된 간부들은 이런 기회를 빙자해 부하공작원 부인들을농락하곤 한다.
북한이 80년대 대남사업에서 가장 크게 실패한 경우로 수해물자 제공을 꼽을 수 있다.북한은 지난 84년9월 한국에 수해물자를 주겠다고 제의한 적이 있다.남한에 파견된 간첩들이 한결같이『전두환정권은 결코 수해물자를 받지 않을 것』이 라고 보고를올렸기 때문이다.그러나 남한은 예상 밖으로 수해물자를 받겠다고했다.이 때문에 북한이 각종 물자를 마련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음은 물론이다.그 결과 당시 대남사업을 총지휘하던 김중린(金仲麟)은 하루아침에 쫓겨나 6개월간 똥을 푸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89년1월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회장은 다른 면에서 북한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북한은 그이전까지 鄭회장을『노동자.농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매판 자본가』라고 매도해 왔다.그러나 막상 鄭회장이 북한에 오자 비행기에 태워 고향 통천을 방문케 하는 등 대통령에 버금가는 대접을 했다.일반 북한주민들이 『매판 자본가라도 돈만 많으면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바뀐 것이다.
열심히 일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한사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지금도 鄭회장 같은 사람을 북한에 많이 보내 북한주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한편 웃지 못할 일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정탐원들이 평양에 각종 허위보고를 올린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93년12월 중국접경(接境)병력을 일제히 2배로증강했다.이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정탐원들이 평양에다 허위보고를 한 결과다.
***정탐원 허위보고 지난 93년말 얘기다.내가 중국에 나와보니 북한 보위부.작전부.조사부.통전부 사람들이 우글우글했다.
연길의 고려호텔에만 15명이 있었다.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하라는 정탐질은 안하고 장사하고 술먹고 빈들빈들 노는 것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중국에 오래 머물기 위해 놀면서도 평양에다는 『현재 중국에는 남조선특공대가 주둔해 북조선사람들을 납치하려 한다』고 허위보고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지금도 강성산(姜成山)정무원총리는 물론 김정일(金正日)마저도 중국에 남조 선특공대가 주둔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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