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시립무용단장 배정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무용가 배정혜(시립무용단장)하면 으레「걸음마를 할 때부터춤을 시작한 무용가」라는 말이 따라다닌다.올해 51세.3세때 춤을 추기 시작했다니 반백년을 춤으로 산 춤꾼이다.12세때 국립극장에서 발표회를 가져 천재소녀로 불리기도 했 다.그는 사회의식이 강한 춤을 주로 발표한다.그런 탓에 한때 운동가가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그러나 그를 대하면 자그마한 체구에 편안한얼굴이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보인다.
그의 공연에는 3천~4천명의 고정관객이 있다.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창작무용 『두레』는 약4천명이 관람했다.관람객들은 한결같이 『무용도 이렇게 감동과 보는 즐거움을 주는가』『농민의 삶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들이 었다.그만큼그의 춤에는 주제의식이 선명하고 친근감을 갖게 한다.죄를 짓고는 못산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떠도는 혼』,반전(反戰)의식을고취시키는『불의 여행』,도시산업문명의 피폐함을 고발한 『유리도시』등 한결같이 메시지가 강하다.그 는 평균 3년에 한번 작품을 발표한다.그만큼 고심에 고심을 더한다.안무만 하는게 아니라직접 춤을 춘다.『두레』에서도 어머니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해 냈다. 『작품구상에 들어가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작품에만 몰두하지요.지나가는 상여를 본다든가,모내기 하는 시골 아낙네를 보면서 하염없이 춤사위를 구상하죠.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 창작의 고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그는 『무용은 소설보다 시에 가깝다』고 말한다.
시가 언어의 함축이듯 춤도 몸의 언어로 쓰는 시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춤이야말로 세계적인 춤이라는 신념에 차있다.그것은 자신의 춤을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에서도 증명된다고 말한다.그들은한국춤을 두고 한결같이 영혼의 세계를 표현한 가 장 앞서가는 춤이라고 평한다는 것이다.
〈李順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