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법 지켜야 공명선거 실현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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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공명선거를 관리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로서 당연한 결정입니다."

유지담 선관위원장은 5일 언론과의 전화에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柳위원장은 6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 끝에 현직 대통령에게 선거법 위반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등 그 파장은 예상 외로 크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시하고, 야당은 무책임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柳위원장은 이 한마디를 한 뒤 언론사에서 걸려온 전화는 모두 사양하고 있다.

주변에선 이번 결정이 법과 원칙을 고수하려는 柳위원장의 소신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한다.

柳위원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우체국 직원에서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0년 선거비용 실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방문하자 "부정선거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면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해 하는 여러분의 행동도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반박한 일도 있다.

지난 3일 전체회의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한 위원은 "이번 결정은 전원합의 관행을 깨고 표결로 결론을 냈을 정도로 산고를 겪었다"면서 "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 법을 준수하는 게 공명선거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위원은 대통령 탄핵 추진 타당성에 대해 "선관위 결정이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법률적 잣대보다는 정치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이번 결정에는 柳위원장 외에 정수부 상임위원.전용태 변호사.임재경씨(이상 대통령 임명), 김영신 경원대 교수.김헌무 변호사.김영철 변호사(이상 국회 선출), 김동건 서울고등법원장.이근웅 사법연수원장(이상 대법원장 지명) 등 모두 9명이 참여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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