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 한진그룹 끝없는 ‘물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제주도와 한진그룹이 먹는 지하수 상품화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그 동안 주로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공급하던 먹는 샘물에 ‘제주워터’라는 이름을 붙여 일반 소비자에 판매하려 하자 도가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도는 한진그룹이 최근 일반 시판에 나선 ‘제주워터’에 대해 “상표가 ‘제주’라는 고유 지명을 사유화하고 있고, 실제 상품에 표기한 내용도 상표 등록 출원 내용과 다르다”며 특허청에 이의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워터’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낼 방침이다.

이번 분쟁은 한진그룹이 이달 중순 기내용 음료로 제공하던 ‘제주광천수’를 ‘제주워터’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인 ㈜사이버스카이를 통해 일반 시판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한진을 통해 지난해 10월 ‘한진 제주워터’란 이름의 상표를 등록했었다. 하지만 시판에 들어간 제품의 겉면에는 영문 ‘JEJU WATER’만 부각됐고, 한글로 표기한 ‘한진 제주워터’도 ‘제주워터’만 큰 글씨로 돋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장철 제주도 수자원본부장은 “한진그룹이 상품 인터넷 도메인까지 ‘제주워터’(www.jejuwater.com)를 쓰는 등 ‘제주’ 명칭을 영리를 위해 무단 사용함으로써 공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한진에 대립 각을 세우는 이유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를 통해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를 사실상 독점 제조·시판해 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기내용으로 ‘제주광천수’를 생산해 오던 한진그룹은 96년에도 일반 시판을 추진하다 ‘제주 지하수를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역 주민의 비난에 부딪쳐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2005년 다시 행정소송을 내 지난해 4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시판의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제주도의 공세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제주워터’를 생산하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 측은 “당국의 결론을 기다리겠다”고만 말했다. 

양성철 기자



한진그룹-제주도 물 분쟁 일지

1996년 2월 제동흥산㈜, 건교부 행정심판 청구

96년 9월 건교부 행정심판위원회, 제동흥산 청구 수용

12월 제동흥산 대표 제주도의회 출석 “시판 의사 없다” 약속

2005년 1월 제주도, ‘계열(그룹)사 공급’으로 변경 허가

2월 한진, 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청구 “도외 반출허가 제한 부당”

6월 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 ‘기각’ 결정

8월 한진, 제주지법에 행정소송

2006년 6월 제주지법, 기각 판결

7월 한진, 광주고법 항소

12월 광주고법 제주부, 한진 승소 판결

2007년 4월 대법원, 한진 승소 최종판결

2008년 2월 한진, ‘제주워터’ 시판 개시

제주도, 상표등록 이의신청 및 시판금지 가처분 신청 예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