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도씨탈출기>7.외국서 백만불 꿔오면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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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경제는 과중한 아프리카 원조와 김정일(金正日)로 인해 어려워졌다.남북한은 지난 70년대 중반 유엔에서 치열한 외교 공방전을 전개했다.이때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알제리.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자이르같은 국가에 원조를엄청나게 해줬다.
아프리카 국가 대통령 치고 북한을 방문하지않은 사람은 없다.
이때 김일성(金日成)은 북한을 방문하는 아프리카국가 대통령들의 요청을 다 들어줬다.
기계설비.뜨락또르(트랙터).관개시설등은 물론 자동보총 같은 군사무기와 심지어 대통령궁까지 건설해줬다.또 마다가스카르 같은나라는 군대 전체를 무장시켜주기도했다.그래서 마다가스카르의 별명이 한때 「제2의 조선」이었다.
그 결과 북한이 지난 75,76년무렵 유엔총회에서 크게 위세를 떨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경제는 이때부터 속으로 멍들어가기 시작했다.원래 북한은 중공업 분야를 일으켜세워 여유분이 좀 있었는데 이것을 몽땅 아프리카에 쏟아부은 것이다.
비틀거리는 북한경제를 빈사상태로 몰아넣은 것이 39호실이다.
김정일이 지난 74년 39호실을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당시 간부들에게 TV.라디오.냉장고.오메가.롤렉스등외제물품을 열심히 돌리고 다닐때다.간부들 환심을 사서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닦아두자는 속셈에서였다.
차차 돈맛을 알게된 김정일은 갈수록 돈이 더 필요해졌다.그래서 생긴 것이 39호실이다.39호실은 북한의 거대한 독점 재벌이다.북한의 모든 금광.은광.아연광과 제련소,그리고 수산물과 양송이는 오직 39호실을 통해서만 수출이 가능하다 .만일 여타기관이 이들 품목에 손을 대면 당장 반동으로 몰린다.
김정일이 이같은 정책을 지표(국가방침)로 지정해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팔아서 돈이 될만한 것은 몽땅 39호실이 독점하게끔 제도적으로 만들어놨다.
39호실의 등장은 정무원(내각)을 빈털터리로 만들어놨다.예를들어 39호실 산하 대성은행은 돈이 있지만 정무원이 운영하는 대외은행은 돈이 한푼도 없다.
그 결과 지난 80년대 중반부터는 가장 중요한 대외경제 과업은 외국에서 돈을 꿔는 것이 됐다.
외국에서 1백만달러만 꾸어오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마구 줬다. 북한이 경제 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느낀 것은 지난 93년8월이다.김책 제철소 용광로 불이 몽땅 꺼진 것이다.원래 김책 제철소에는 대형 용광로가 3개 있다.하루 생산량이 8백~9백t이다. 그런데 원자재 부족으로 지난 89년부터는 3개 용광로 가운데 한개만 가동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마지막 남은 용광로 불이 꺼진 것이다.
평양은 난리가 났다.비상대책위가 구성되고 그 위원장을 김일성이 키운 최용림이 맡았다.원인은 코크스와 중유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코크스는 원래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이것이 중단된 것이다. 북한과 계약한 중국 공급업자 코크스 광산이 고갈됐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최용림은 제철소 직원들을 전부 동원,철로 주변에 떨어진 코크스를 긁어모으고 군대에서 중유를 변통했다.한달만에 용광로 불을간신히 지필 수있었다.
그 당시 나도 崔를 만나본 적이 있다.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얼굴이 검게 변해 그야말로 사색이 돼있었다.
전기 사정도 형편없다.북한에는 북창화력발전소가 가장 크다.
현재 발전소 8개 터빈 가운데 2개만 가동된다.
평양화력발전소도 터빈 6개중 2개만 간신히 돌아간다.
따라서 평양도 중심가에만 전기가 공급될 뿐 계속 정전(停電)상태다. 지방은 하도 오래 정전이 계속돼 TV.냉장고는 엄두도못내는 실정이다.
전기.석탄 공급이 끊겨 공장이 다 멎었다.청진화학기업소는 엄청 큰 기업이다.직원만 1만2천명이나 된다.
***工場 70%가 스톱 그런데 이 공장이 멎은지 벌써 3년째다.석탄 공급이 끊겨 보일러를 돌릴 수없기 때문이다.직원들을모두 휴직시킨지 오래다.
아마 지금은 북한 전체 공장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30%도안될 것이다.
국가 경제가 이 모양인데 한편에는 나라를 등쳐먹는 관리들도 있다.평성 모란봉시계공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78년에 세워진 이 공장 설비는 몽땅 스위스에서 들여온 것이다.그런데 그 설비라는게 거의 고철 수준이다.
설비를 수입하러 간 관리가 뇌물을 받아먹고 낡을대로 낡은 엉터리 설비를 들여온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일이다.김정일은 현재 스위스.마카오.홍콩.오스트리아 은행 비밀 계좌에 수십억달러를 예금해두고 있다. 정권 비자금(비資金)인 셈이다.가장 큰 것이 스위스 은행이다.때문에 駐스위스 대사인 이철은 김정일의 심복중 심복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아무리 악화되어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도 김정일은 스위스 예금만은 풀지 않고 있다.
[정리=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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