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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은 꼭!] 땅을 살리는 기적 '똥의 연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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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는 더 이상 친근할 수 없는 게 이 책이다. 인분 퇴비 만드는 얘기이니까. 예전 시골의 일상이 그것이었고, 똥에 대한 뿌리깊은 친화력은 최근 젊은층의 엽기 바람 속에 부활했다. '똥 아바타'까지 등장했지 않았는가. 당장 서점을 가 보라. 그림책 장르도 똥을 소재로 한 양서들이 부지기수다. 의아한 점은 저자가 예찬하는 아시아의 인분퇴비 전통과 달리 서구사회의 지독한 똥 혐오증이다.

'똥 살리기 땅 살리기' 저자 젠킨스(캐리커처)가 인분퇴비로 재배한 푸성귀로 손님을 대접하기로 했다. 그걸 눈치 챈 영국인 부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똥을 먹지는 않습니다."(144쪽) 사실 1백년 전 미국 정부는 법으로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눈꼽만큼의 오줌과 똥에 들어 있는 병원균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놀라운 점은 두 가지다. 이런 똥 혐오문화 속에서 등장한 똥타령의 책은 거의 배교(背敎)수준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에 분석적인 접근은 가히 압권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0년의 인분퇴비 노하우를 지구촌 생태문제, 혹은 노장(老莊)사상과 연계시킨 이 미국인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책에 따르면 1g의 똥에 담긴 세균은 1조마리. 과연 질겁할 만하다. 그러나 똥을 "양질의 와인 숙성시키듯"(저자 표현 그대로다)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적은 시작된다. 톱밥에 섞인 채 잘 익은 똥 속에서는 어떠한 바이러스나 회충알도 사멸한다. 퇴비 연금술은 똥을 훌륭한 부식토로 바꿔준다. TNT.중금속,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까지 분해해 준다는 게 저자의 실험결과다. 똥냄새도 해결된다.

"숙성이 끝난 싱싱한 퇴비를 농장에 온 친척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와우, 냄새 끝나는데!' 똥내가 아니다. 비옥한 흙에서 풍기는 향내에 친척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던 것이다." (158쪽) 배설 직후 톱밥이나 왕겨 등 유기물을 덮어 양질의 퇴비를 만드는 요령, 이 변기를 집안에 설치하는 노하우, 퇴비더미 관리까지 담겨 있어 '똥과 퇴비의 과학 '으로 훌륭한 책이'똥 살리기 땅 살리기'다.

책을 읽다보니 시인 김용택의 어머니 얘기가 떠오른다. "내가 눈 똥을 내가 3년만 먹지 않으면 사람은 모두 죽어."('섬진강 이야기'제2권 109쪽). 이 책은 그 노모는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말했던 지혜를 가졌고, 몸소 실천했던 분임을 확인케 해준다. "인분이야말로 훌륭한 비료다. 이 퇴비 더미가 바로 꽃들이 만발한 화단이고, 식탁 위의 빵이다"(46쪽 빅토르 위고의 말 인용)

그와 달리 똥을 버려야 할 쓰레기로 취급해 마구 방류하고, 그래서 먹을 물까지 오염시키는 거대한 잘못 대신 자연순환 시스템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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