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 전문가 홍현주 교수(左)와 마선미씨는 "엄마의 기대 수준을 낮춰야 아이들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안윤수 기자]
1 김모(37)씨는 아들(10)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원을 보냈다. 금세 싫증을 내 학원을 자주 옮겼다. 여러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쳤는데 쉬운 영어책도 읽지 못한다.
-아이의 학습 수준·성격·성향 등에 맞는 공부법을 찾아 적어도 1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를 얻는다. 엄마가 기대 수준을 낮추고 아이와 함께 학습 목표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아이의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영어 교재를 골라 성취감을 먼저 맛보게 한 뒤 점점 수준을 높여간다. 또 영어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대개 어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운 영어 스토리북을 반복해 읽혀 본다. 스토리북은 그림으로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고,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3~4개 포함된 게 적합하다.
2 일반 유치원에 다니던 김모(8)양은 일곱 살에 영어 유치원으로 옮겼다. 옮긴 지 6개월이 지나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영어만 보면 신경질을 내고 영어 비디오를 틀면 귀를 막아버린다.
-과도한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영어를 거부하는 경우다. 대개 소심하고 자존심이 센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엄마가 한발 물러서 영어학습을 일단 중단한다. 아이 스스로 영어책에 흥미를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는 동안 노래·만화·게임 등으로 영어에 재미를 붙여준다. “나비가 영어로 뭐였더라?” 하면서 아이가 잘 아는 영어를 모르는 척 물어본다. 아이가 “버터플라이”라고 답하면 “어머, 너 어떻게 알았어?”라는 식으로 칭찬해 준다. 이렇게 엄마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3 초등학교 2학년 때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모(11)군은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어민이 수업하는 학원을 다녔다. 같은 반 아이들보다 영어를 못한다는 열등감에 말문을 닫는다.
결코 영어 교육을 늦게 시작한 게 아니다. 초등학생들은 모국어를 이미 알고 인지능력도 발달하는 과정이므로 유아기에 1~2년 배운 영어 기초를 한두 달이면 익힐 수 있다. 이런 아이는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생활과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러자면 엄마가 생활영어를 익혀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게 좋다. 놀이를 하듯 생활 속 단어를 중심으로 단어카드를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단기간에 체계적인 영어실력을 쌓기 위해 원어민 학원을 택한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개인별 맞춤교육이 가능한 동네 학원이나 공부방, 과외가 더 효과적이다.
4 영어 학원을 5년 다닌 박모(12)군은 학원 시험을 보면 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외 영어인증시험을 보면 낮은 점수를 받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원에서 문제 풀이를 반복하고 암기 위주로 학습해 시험 점수는 높지만 실제 영어 실력은 낮은 경우다. 정해진 패턴대로 습관적으로 답 찾는 요령을 익힌 결과다. 이럴 땐 JET나 PELT 같은 영어인증시험을 보게 해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준다. 예컨대 쓰기 실력이 부족하면 영어책에서 3~4줄의 문장을 3분간 외우게 한 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학원에만 의존하기보다 복습·예습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한다.
글=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안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