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이 생기면 생각이 자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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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의 논리여행』(해냄주니어)을 펴낸 한기호(사진)박사. 성균관대에서 논리를 가르치면서 철학교육연구회인 ‘지혜사랑’에서 초·중생에게 논리와 철학을 지도해 온 한 박사는 논리적 사고력은 어릴 때 키워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각하는 힘이 빠르게 자라는 유아나 초등학생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기 멋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지요.”

그는 논리적 사고력은 순식간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에 단계별로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처음엔 아이에게 궁금증을 갖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작은 거라도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궁금증이 생기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이 자라납니다. 그때 스스로 논리를 전개하는 힘이 생기지요.”

그렇다고 아이가 질문할 때 즉석에서 답변을 주는 건 금물. 어른의 말을 완전한 지식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게 힌트만 주라는 얘기다.

한 박사는 논리 공부를 할 때는 가능한 한 개념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개념을 올바로만 사용하면 사람들은 잘 이해합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개념의 의미와 쓰임새를 잘 가려야 합니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파랑새는 존재하나요?’라고 물으면 “동화책 제목에도 나오니 있겠죠” “털이 파란 새를 조류도감에서 본 적 있어요”라고 답한다. ‘파랑새’의 개념을 다르게 받아들여 혼동이 생기는 것이다.

“논리 훈련은 일상생활 속에서 토론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학급회의를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해 상대가 승복하게 해 보는 겁니다.”

토론의 소재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게 익숙하고 쉬운 걸로 하라는 게 한 박사의 조언. 단군 신화나 전래 동화도 괜찮고 인터넷의 댓글 같은 것도 좋다. 다만 의견이 엇갈리는 소재를 골라야 토론을 진행하기 쉽다는 것.

그는 논리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상대의 주장과 근거를 밝히는 즉, 논증 구조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글을 읽을 때 문장 단위로 끊어 주장과 근거의 관계를 파악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도 자연스레 추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훈련을 하면 특목고 입시의 언어영역 문제나 대입 논술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그는 또 논리를 편답시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곤란하단다. 이를 테면 이슬람 교도의 명예살인을 문화적 상대성이란 논리로 인정하거나 옹호한다면 상대를 설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치관마저 의심 받게 된다는 것이다.

글=신상윤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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