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상사 "달러만 준다면 뭐든지 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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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뱀독.강장제.해주모래.청진모래.원산모래.냉동명란.냉동문어.
냉동조갯살.냉동소라살.냉동통밥조개.건다시마.건메뚜기.냉동자축메뚜기….」 북한상사들이 내다 팔겠다는 품목들이다.지난해말 북한의 나진.선봉지구에 칠경계선용 철조망을 공급했던 씨피코社(서울정동소재)에는 최근 이런 물건을 팔겠다는 북한상사의 인콰이어리(수출제안서)가 줄을 잇고 있다.
23일 씨피코社와 대한무역진흥공사등에 따르면 북한상사들이 제시하는 수출품목은 무척 다양하다.당간부들이 먹는다는 강장제에서부터 그림.책.농수산물.뱀독.각종 금속.고령토.모래.샘물은 물론 모자 임(賃)가공사업,전자와 호텔합작투자등에 이른다.
가격과 물량.산지등은 물론이고 일본에 의뢰한 성분분석표까지 첨부하고 있다.당간부용 강장제인 양게론(조선.평양 만년제약공장)과 경옥환.경옥고등은 아예 견본품도 보내왔다.우리의 우황청심환격인 안궁우황환도 왔다.
조선광명무역상사는 고령토.활석.백규석.카리장석.화강석.슬레이트등 금속.비금속제품을 팔겠다며 14개품목의 가격과 품량을 빽빽이 적어보냈다.또 조선낙원무역상사는 냉동명란등 9개 수산물과해주산 모래를 팔겠다고 제의했다.
이탈리아산 바이올린.모나리자초상 복사본.달밤의 호랑이상등 희귀물품을 팔겠다는 제안까지 있어 북한이 달러벌이를 위해 돈이 되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내다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산 스칸디움등도 포함돼 있어 북한상사들이 제3국 중계무역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래는 해주산.청진산.원산산등까지 있었고 청진산에는 일본회사의 품질보증서가 첨부됐다.
비교적 규모가 큰 합작제의까지 있어 모자는 연산 50만개,전화기는 연산 10만대,호텔은 조선대외자동차련운무역회사와 4백만달러를 합작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들 인콰이어리에는 수지주머니(비닐백).정미5㎏(정량 5㎏).불코커(박스).수지지함(컨테이너)등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말들이 많아 언어차이가 교역에 지장을 줄 우려도 보여주고 있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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