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箴言-짤막한 경계의 말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잠(箴)은 대나무(竹)로 봉한다(咸)는 뜻이다.
옛날에는 옷을 깁는데 대바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후에청동기가 발명되면서 바늘도 쇠(金)로 바뀌어 침(鍼.針과 같음)이 나오게 되었으며 실(멱)을 사용해 봉했으므로 함(咸.緘)자가 나오게 된다.함구(緘口),봉함(封緘)이 있 다.
자루가 터지면 곡식이 새나오므로 봉해야 한다.마찬가지로 사람의 인격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도 끊임없이 봉해야한다. 그것은 대바늘이 아니라 경계(警戒)의 뜻이 담긴 「말」로 가능하다.그래서 箴은 「경계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箴言은 짧지만 「경계의 말」인 셈이다.따라서 잠언은 당시의 사회풍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성행한다거나 과소비가 문제 될 때면 그것을 꼬집는 잠언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서진(西晋)의 장화(張華)는 문학가이자 정치가였다.당시 외척(外戚)의 위세가 날로 높아지자 이를 경계하는 잠언을 써서 부도(婦道)를 강조했다.
한(漢)나라 성재(成宰)가 유희도중 한 궁녀에게 어가(御駕.
임금의 수레)에 동승할 것을 요구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그 궁녀는 말했다.
『옛날의 그림을 보면 현명한 황제 옆에는 명신(名臣)이 있고망국의 황제 옆에는 어김없이 궁녀가 시립(侍立)해 있더군요.폐하는 후자를 택하시렵니까?』 장화의 「여사잠」(女史箴)에 나오는 이야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