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스트립쇼 댄서 출신 각본상 ‘홀인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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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영국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51)에게 돌아갔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탐욕과 정열로 똘똘 뭉친 석유개발업자를 탁월하게 소화해 이미 골든글로브·배우조합·전미비평가협회 등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었다. 1989년 ‘나의 왼발’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다. <관계기사 29면>

여우주연상은 관록파 여배우 줄리 크리스티·케이트 블란쳇을 제치고, 후보에도 처음 오른 프랑스의 신예 마리옹 코티야르(33)에게 돌아갔다. ‘라 비 앙 로즈’에서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열연했다. 시상식 초반, ‘라 비 앙 로즈’가 분장상을 받을 때부터 눈물을 글썽였던 그는 수상소감 도중 감격에 겨워 “말문이 막힌다”고 할 정도였다.

올 아카데미 연기부문 4개상은 모두 유럽 출신 배우에게 돌아갔다. 특히 남우주연을 제외하면 해당 부문에 처음 후보로 오른 ‘새로운 피’다.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38)은 스페인 출신이고, ‘마이클 클레이턴’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틸다 스윈턴(48)은 영국 배우다. 특유의 중성적이고 창백한 얼굴이 인상적인 스윈턴은 수상 무대에서 감격으로 홍조를 띠었다.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낸 올 아카데미의 특징은 특히 각본상에서 절정을 이뤘다. 영화 ‘주노’의 작가 디아블로 코디(30)는 한때 스트리퍼로 일했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사생활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는 개인블로그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처음 도전한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그가 학창 시절 친구의 경험에 착안해 쓴 ‘주노’는 뜻밖의 임신을 한 10대 여고생이 이상적인 가정에 아기를 입양시키려는 이야기다. 20억원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로, 제작비의 40배가 넘는 흥행수입을 거두는 성공신화를 낳았다.

‘주노’도 주제가상을 받은 아일랜드 영화 ‘원스’에는 비할 바 못 된다. 1억원대 예산으로 2주일 만에 촬영한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흥행을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영화음반까지 덩달아 인기다. 주연을 맡은 기타리스트 겸 가수 글렌 한사드와 피아니스트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시상식장에서 주제가 ‘폴링 슬로리’를 공연했다. 이들은 무려 3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 ‘마법에 걸린 사랑’을 제치고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사드의 수상소감만으로도 정해진 45초를 넘겨 마이크가 꺼지자, 사회자가 다시 이글로바에게 소감발표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글로바는 “전 세계의 독립영화인에게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액션영화 ‘본 얼티메이텀’도 또 다른 작은 승자였다. 편집·음향·음향편집 등 후보에 오른 3개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았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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