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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2.독일 베를린 파시온교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민들의 전출입이 가장 심하다는 어수선한 이런 곳에서 공연이 있을까 의심하는 질문에 교회의 공연매니저 슈바르츠파울(42)은빙그레 웃기만 했다.
『베를린에서 주말을 보내려거든 교회나 성당에 들르세요.작은 베를린 필을 만날 수 있고 근엄한 독일인들을 웃기는 코미디도 있습니다.그게 진짜 베를리너의 삶이지요.』 슈바르츠파울의 설명처럼 베를린이 지닌 또 다른 모습은 이날 밤 공연준비로 분주한파시온교회 문안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현대식 편리성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중세 돔 양식의 골조와 정교한 벽면부조,파이프오르간을 설교단 윗부분에 들어앉힌 이색적인배치는 마치 중세성당에 들어선 분위기를 자아낸다.파울은 『20세기초반 프러시안 교회건축의 전형적 양식을 보여 주는 중요 문화재』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교회 구석구석 설치된 크고 작은 스피커들과 스포트라이트,전면 설교단을 향해 부채꼴로 자리한 좌석배열이 이미 전문공연장으로 상당한 개조를 거쳤음을 시사해준다.
파시온교회가 처음으로 세속적인 문화행사를 교회안으로 끌어들인것은 지난 81년.처음에는 신도들의 반대가 극심해 신도수를 늘리기 위한 홍보활동이라는 이유를 들어 설득했지만 결국 신도수는단 한명도 늘지 않았다.
지금은 가난한 크로이츠베르크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베를린 전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연간공연 횟수가 1백20여회에 이르고 교회 옆에 그럴싸한 카페가 두곳이나 들어선 것도 파시온교회 공연의 인기를 짐작케 해준다.
교회 관계자는 『파시온교회가 유명해진 것은 오락성이 짙은 공연과 제3세계음악을 소개하는데 주력해온 개방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라틴음악이나 재즈,만담과 노래를 섞은 독일 특유의 공연형식인 「카바레」등이 이곳의 주요 레퍼토리.이것이 베를린교회중최고의 고전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聖마테우스교회와 함께 문화공간으로 쌍벽을 이루게 된 이유다.
〈지도참조〉 이날 밤 열린 중년가수 게오르크 링스그반트의 카바레공연은 바로 파시온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공연들의 전반적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뮌헨대 의대 심장병전문의 출신 카바레가수인 그는 한 공산주의자의 비극적인 말로를 노래하는가 하면 60~70년대 사회상을 음담패설까지 섞어 신랄하게 풍자,우뢰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시내 공연장보다는 이곳이 휠씬 마음 편해요.공연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 많고요.』 한달이면 7~8차례는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는 마리아 마이어(23)와 같은 젊은이들이 이곳 관객들의 주류를 이루는 걸 보면 교회의 전략은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이를 두고 「해마다 신도들의 대거 이탈로 종교적 기반이 무너져가는 독일교회의 마지막자구책」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베를린에서 글 鄭淵秀 사진 申寅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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