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 스텔스 폭격기 첫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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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첨단 B-2 스텔스 폭격기 한 대가 23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상공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다. 스텔스 폭격기가 추락한 것은 1987년 7월 시험 비행 이후 처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쯤 이륙한 4대의 스텔스기 중 한 대가 갑작스레 지상에 추락했다. 조종사 2명은 무사히 탈출했다. 함께 비행한 나머지 B-2 3대는 모두 기지로 무사히 귀환했다. 사고기에는 폭탄 등이 실려 있지 않아 건물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미 공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목격자인 앨버트 사보이는 “집에 있을 때 뭔가 ‘쾅’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스텔스기는 추락하고 30분쯤 지난 다음 두 번째 폭발을 일으켰다”고 말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보도했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미 공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다목적 폭격기다. 대당 가격은 12억 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한다. 방공망을 뚫고 적진 깊숙이 있는 주요 군사 시설물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부메랑 모양의 동체와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도장 덕에 전파반사율이 B-52 폭격기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적의 레이더에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최대 속도는 마하 0.9(시속 1080)다. 폭탄과 미사일 등을 22t까지 실을 수 있다.

핵폭탄은 물론 위성으로 폭격 지점을 유도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레이저 유도탄(GBU-28) 등을 탑재할 수 있어 ‘하늘을 나는 무기고’로 불린다. 재급유 없이 40시간 동안 비행하고, 항속거리가 1만2000㎞에 달해 전 세계 분쟁지역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 1999년 코소보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 등 실전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미 공군은 2대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재래식 폭격기 75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가격 때문에 미 공군도 21대만 보유하고 있다. 아직 미국 이외 지역에 판매된 적은 없다. 미 공군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잠재적인 적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괌에 B-2 스텔스 폭격기들을 순환배치하고 있다. 사고기는 4개월간의 임무를 마치고 미국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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