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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속서 디젤 특유의 강력한 힘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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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같은 차는 얼마나 조용할까.”

얼마 전 한 선배가 얘기한 궁금증이다. ‘좋은 차=조용한 차’라는 것이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벤츠 C220 CDI 엘레강스 모델에 처음 올라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갑자기 그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익숙지 않은 소리에 놀랐기 때문이다. 곧바로 ‘아, 디젤엔진이었지’라고 느꼈다. 휘발유차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거슬릴 만한 소리다. 하지만 속도를 내다 보니 그 소리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사실 국내 모 업체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비하면 소음과 진동은 적은 편이다. 디젤 모델이 많은 유럽차 브랜드들은 이 정도 엔진음은 ‘노이즈가 아니라 사운드’라고 주장한다.

디젤의 장점은 중저속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벤츠 특유의 중후한 이미지보다는 날렵한 스포티함이 느껴졌다. 역시 벤츠 중에서 가장 젊은 차답다. 핸들링과 제동도 안정감이 있었다. 움직이는 대로 차가 따라준다는 건 기분 좋고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실내 공간은 이전 모델보다 길이와 너비를 늘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패밀리 세단으로 쓸 수준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공간이 넉넉하다.

벤츠 C클래스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벤츠가 판매량을 늘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이 중 가장 잘 팔리는 건 가솔린 모델인 C200K다. 하지만 경제성에서는 C220 CDI가 앞서지 않나 싶다. 차값은 C200K(4680만원)보다 200만원 비싸지만 연비(L당 12.9㎞)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수입차업체들이 너도나도 디젤 모델을 들여오면서 디젤 엔진의 소리에 사람들이 점점 익숙하고 관대해지고 있다는 점도 C220 CDI에 더 끌리는 이유다.

예전에 어느 국내차 관계자가 “브랜드만 보고 수입차를 선택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열변을 토했을 때 그 말에 백배 공감했었다. 하지만 막상 C220 CDI 엘레강스를 운전해 보니 차 앞에 삐죽 튀어나온 삼각별이 운전하는 동안 왠지 모를 뿌듯함을 주는 건 사실이었다. 브랜드 이미지는 성능과 가격 못지않은 중요한 자동차의 평가 기준이다. 물론 그래서 오히려 벤츠를 타기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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