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이탈리아 와인 명산지 알토 아디제 지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연주의 공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알로이스 라게더를 소개한다.
1855년부터 이어온 라게더 가문의 5대 오너 알로이스 라게더는 키 173㎝ 정도의 마른 체구지만 골격이 탄탄하게 균형 잡힌 신사다. 2007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주일쯤 동행했는데 차분한 언동과 자연식을 좋아하는 그의 캐릭터는 그가 만드는 와인 자체였다.
알토 아디제 지역의 많은 와이너리가 자사 밭을 소유하지 않고 주변 농가에서 포도를 구입해 와인을 만드는 생산 공동조합인 데 반해 알로이스 라게더는 자사 소유의 포도밭과 생산을 고집한다. 일찍이 근대 양조법을 이 지역에 도입했고 포도밭 보수, 프랑스산 오크통에서의 숙성, 포도밭에 농약 안 치기는 물론 산화 방지제를 넣지 않는 자연파 와인(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의 기수다. 그리고 포도 재배 학문에서 신비학의 권위자로 통하는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이론, 즉 우수한 포도로서의 가능성은 천체의 움직임, 특히 달의 주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초승달이 뜨는 밤이 수확에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르루아를 비롯한 많은 부르고뉴 생산자 또한 이 이론의 충실한 신봉자다.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신대륙의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식사할 때 첫 잔은 맛있지만, 강한 오크통 향과 맛 때문에 두 잔 이상 마시기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독자 여러분도 해보았을지 궁금하다. 식사와 부담 없이 잘 어우러지는 와인은 생생한 과일 맛과 상큼한 맛, 무엇보다 신맛이 중요하다. ‘알로이스 라게더 레벤강 샤르도네 2004년산’은 이 조건에 딱 맞는 화이트와인이다.
레벤강은 라게더가 1934년 취득한 밭이다. ‘사자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이 포도밭 지역은 옛날에 바다였다. 따라서 이 지역의 토양은 석회질이 중심을 이룬다. 백포도는 배수가 잘되는 석회질 토양에 심을 때 알이 꽉 찬 포도가 된다. 또한 일교차가 큰 기후는 질 좋은 산을 생성시킨다. 반짝이는 금빛 색깔과 은은한 바닐라 향기, 구운 빵에 꿀을 바른 듯한 오묘한 맛, 서양배와 멜론의 충실한 과일 향기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레벤강은 한 모금 마시면 전혀 거슬림 없이 넘어갈 뿐만 아니라 맛에 윤곽과 경계선이 없어 스펀지처럼 몸에 흡수된다. 또한 아카시아 꽃, 붉은 사과, 오렌지 같은 산도를 연상시키는 맑은 맛이 난다. 와인을 삼킨 뒤 느껴지는 소금기는 이 지역의 석회질(미네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근사한 여운을 선물한다. 일관된 미디엄 보디에 신맛, 매끄러운 혀의 감촉은 우아함의 극치로 이탈리아 굴지의 화이트와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또한 이 와이너리는 1996년부터 전기 사용량의 약 60%를 자사 솔라 시스템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알로이스 라게더의 자연에 대한 깊은 배려가 이처럼 탁월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번역 설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