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경제살리기와 ‘두바이 코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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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14면

“우리도 두바이처럼 해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요즘 새 정부 장관 후보자 등 측근들에게 당부하는 얘기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4월 두바이를 방문한 뒤 그곳 발전상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가 두바이에서 배우는 키워드는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추진력이다. 그 덕에 경제가 쑥쑥 크고 있다. 이 당선인으로선 ‘나도 꼭 저렇게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을 법하다.

기자도 2년 전 두바이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리고 두바이의 오늘이 있기까지 경쟁력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었다. 먼저 통치자(사실상 왕)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인재육성 의지다. 그는 국가 개발에 앞서 사람부터 키웠다. 10여 년 전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감각의 젊은 인재 2000여 명으로 싱크탱크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들을 정부와 산하 투자회사들에 골고루 포진시켰다.

통치자는 젊은 인재들을 믿고 충분한 재량권과 자금을 줬다. 이들은 인간의 상상력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표방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세계의 부자들이 환호했다.

두바이 추진력은 특유의 통치체제에서 나왔다. 두바이는 왕정이나 다름없다. 국가 재산과 통치자의 재산에 별 구분이 없다. 통치자가 밀어붙이면 뭐든 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130만 인구 중 아랍 원주민은 30만 명에 불과하며, 통치자는 이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직접 챙겨준다. 나머지 100만 명은 인도·파키스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만약의 소요나 테러 등에 대비해 철저히 통제된다.

이제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새 정부의 진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며 국가 경쟁력을 키울 젊은 인재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부동산 투자에 분주했던 이들에게서 미래에 도전하는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눈앞의 잇속에 밝은 이들은 아무래도 원칙보다는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기 바쁠 것이란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두바이식 추진력은 우리에게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인구 5000만의 민주국가 한국에선 통할 수 없다. 답답하더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갖추면 추진력은 저절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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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허용하며 800㎒ 주파수의 로밍 의무가 없다고 밝히자 경쟁사들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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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월스트리트는 잠정치(0.6%)와 비슷한 0.6~0.7% 성장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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