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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주방장의 유럽식 정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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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28면

1 아스파라거스를 재료로 굽고, 찌고, 튀기는 등 네 가지 조리법을 선보인 요리 2 라비올리(서양식 만두)와 바다가재, 비트(두해살이풀)와 감자 소스를 이용한 전통 요리 3 쇠고기를 재료로 스테이크와 퓔레 두 가지 조리법을 소개한 요리

자연과 올리브 오일이면 요리는 끝 -가에타노 트로바토
투스카니는 어떤 지역인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으로 피렌체·시에나·피스토이아·프라토·피사 등 10개의 작은 도시로 구성돼 있다. 바다에 인접해 있고 산과 농장이 골고루 분산돼 있어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 이탈리아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역사와 문화·요리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다.

투스카니 지역 요리의 특징은?
그것을 다 설명하자면 시간이 모자랄 텐데(웃음). 우선 전통적인 조리법을 고수한다. 또 투스카니 지역의 신선한 식자재를 이용한 제철 음식이 기본이다. 예부터 야채 요리가 많았고, 바다를 끼고 있지만 해산물 요리보다 집에서 키우는 닭·돼지·토끼·소 등의 가축을 이용한 고기 요리들이 많다. 소스를 많이 쓰지 않고 주로 고기를 굽거나 쪄 먹는다. 유명한 티본스테이크도 피렌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식자재는 매우 중요하다. 가치 있는 멋진 요리일수록 조리과정은 단순하다. 신선한 것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정을 최소한으로 해 신선하고 좋은 식자재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쉽게 만든 요리가 최고다. 투스카니 사람들은 ‘자연과 올리브 오일 하나로 요리가 충분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했나?
나의 어머니는 평범한 전업주부였지만 정말 환상적인 요리 솜씨를 지녔다. 나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신선한 계절 식자재를 이용한 전통 투스카니 요리를 먹으며 성장했다. 그 입맛을 누군가에게 나눠 주고 싶어 스위스 세인트 모리즈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당신의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나 ‘전통과 창조의 오묘한 조화’를 즐긴다. 설명하자면, 내 요리는 투스카니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식자재를 새로운 방법으로 시험해 봄으로써 창조의 기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당신에게 좋은 음식이란, 어떤 의미인가?
만약 지금 어떤 요리를 할 건데, 그 요리에 가장 잘 맞는 최상급 품질의 식자재를 골랐다면 그 요리는 이미 반은 좋은 음식이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 계절에 꼭 맞는 요리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내게 있어 좋은 음식이란 ‘신선한 제철 음식’이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슬로 푸드’ ‘로컬 푸드’ 운동과 당신의 요리 철학은 닮았다. 좋은 음식은 인공성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어야 한다. 즉, 토마토로 어떤 요리를 하기보다 생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그 식자재의 좋은 요소를 알아내 가장 신선한 방법으로 공급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나의 요리 80%가 투스카니 지역의 친환경 식자재를 이용한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은 총 15명. 그런데 고객을 위해 준비된 테이블의 숫자는 30석이다. 한 사람의 주방 직원이 고객 두 사람을 맡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오늘 사용할 빵도 직접 구워야 하고, 파스타 면도 일일이 반죽해 직접 뽑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식자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놀포’라는 식당의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성당)를 지은 건축가의 이름이다. 그는 창조적이고 또 혁신적인 천재로서 나의 요리 철학, 스타일과 맞는 면이 많다. 나는 요리를 만들고 접시 위에 또는 테이블에 놓을 때 하나의 건축물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한다.

1 포트 와인, 코냑, 소금, 후추 등으로 간을 해 재운 푸아그라를 프라이팬에서 살짝 구운 요리 2 발사믹 식초와 딸기·새우를 곁들인 푸아그라 요리

‘창조’와 ‘혁신’ 그것이 당신 요리의 특징인가?
차가운 요리와 뜨거운 요리, 날것과 튀긴 것, 구운 것과 찐 것 등 극과 극인 것들을 한 접시에 또는 한 테이블에 조화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하나의 식자재를 가지고 각각 다른 형태와 조리법으로 요리하는 것도 즐긴다. 예를 들어 한 접시 위에 싱싱한 아스파라거스와 굽고, 찌고, 튀긴 아스파라거스들을 함께 담는다.

예술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얻나?
어떤 요리를 만들고 싶다, 이런 요리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마다 직접 그림을 그린다. 식자재의 컬러와 조리한 뒤의 질감을 상상하면서. 내게 접시는 하나의 캔버스다.

‘아놀포’에서 식사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되나?
평균적으로 1인당 90유로 정도(와인 없이). 단지 먹기만 위해서라면 부담스럽겠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해가 가능한 액수다. 그리고 투스카니 지역은 900년의 역사를 가진 바론 리카졸리(Barone Ricasoli) 와이너리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와인들이 즐비하니 조금 더 투자한다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의 식당에는 매년 6000여 명의 고객이 찾아오는데 그중에는 특별한 식사를 위해 로마에서부터 반나절을 운전해 달려오는 사람도 많다.

프랑스의 푸아그라 요리는 문화다 - 다니엘 샹봉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미슐랭 자체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있지만 그 기준을 아는 주방장은 없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요리를 하는 데 얼마나 개성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그 레스토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차별성이 반드시 존재해야 스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미슐랭 1스타 주방장 지위를 유지해 온 비결은?
미슐랭은 자신들이 어떤 레스토랑을 평가할 것인지 미리 얘기하지 않는다. 또 평가를 했다고 또는 책자에 소개했다고 돈이나 광고비를 요구하는 법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나의 레스토랑이 별 1개, 2개, 3개를 받았다는 결과만 알 수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 미슐랭이 인정받는 이유고, 스타 레스토랑이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나의 레스토랑 ‘퐁 두 루이스’는 1984년부터 20년 동안 미슐랭 1스타를 유지해오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가 1900년 처음 나온 이후 1902년 나의 증조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처음 소개됐다(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때는 ‘미슐랭 스타’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퐁 두 루이스’는 신선한 최상급 식자재를 고르려 노력하고, 나만의 쿠킹 스타일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거위 간을 인공적으로 부풀게 하는 사육방법 때문에 논란이 많다. 푸아그라 요리 전문가로서의 생각은?
프랑스에서 요리는 바로 문화다. 이 때문에 이런 논란은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나 고유의 문화가 있고 때로는 그 문화가 논쟁의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스페인의 경우 투우 경기에서 소가 비참하게 다치거나 죽는다는 것 때문에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 문화에서 투우 경기의 위치는 존폐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푸아그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페리고 지역의 거의 모든 집이 푸아그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의 문화다.

푸아그라 요리의 매력이란 한마디로 무엇인가?
세봉(프랑스어로 ‘좋다’는 의미. ‘맛있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반백의 요리사의 모습이 소년 같다). 트러플(송로 버섯), 캐비아(철갑상어 알)와 함께 세계의 3대 고급스러운 식자재 중 하나다. 루이뷔통과 에르메스의 가죽이 진귀한 것임을 아는 부자들이 그 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푸아그라 역시 진귀한 식자재로서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푸아그라만의 질감(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 또한 최고다. (어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포트 와인, 코냑, 소금, 후추로 간을 해 재운 것이라며 한 조각 잘라 먹어 보라고 준다). 푸아그라는 입천장과 혀를 밀착시켜 살살 녹여 먹어야 제 맛이다. 절대 깨물어 먹지 말고 시간을 들여 집중해 먹어야 한다.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입 안에서 음미하며. 마치 와인처럼.

당신만의 푸아그라 요리법은 무엇인가?
푸아그라는 100만 가지로 요리할 수 있는 식자재다. 살짝 익혀 샐러드로 해먹을 수도 있고, 팬에 구워 먹을 수도 있고, 테린(곱게 간 뒤 용기에 넣어 구운 것)을 해먹을 수도 있다. 때로는 생것을 얇게 썰어 샐러드에 직접 넣어 먹기도 한다. 내가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된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요리는 트러플을 곁들인 푸아그라 요리다. 내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방법으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푸아그라와 생 트러플을 곁들인 것이다(페리고 지역은 트러플도 많이 나는 지역이다).

최상급 푸아그라는 어떤 것인가?
한우처럼 푸아그라의 품질에도 등급이 있다. 만졌을 때 손가락이 쑤욱 들어갈 정도로 부드러운 것이 최상급이다.

전문가로서 차게 먹는 것과 따뜻하게 먹는 방법 중 어느 쪽을 선호하나?
20년 전 한 주방장에 의해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더운 조리법이 처음 시도·개발됐다. 그 전에는 푸아그라를 차게 먹었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차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요리라는 게 언제나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 아닌가. 찬 것과 더운 요리는 먹었을 때의 느낌이 아주 다르다. 여러 가지를 다 먹어볼 것을 권한다. 이번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한국 식자재를 이용한 메뉴도 개발했다고 들었다. 신선한 식자재를 이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한국인이 김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살짝 익힌 푸아그라를 배추에 싸 오븐에 구운 요리와 매운 맛의 푸아그라 요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한 메뉴들은 프랑스로 돌아간 뒤 내 레스토랑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푸아그라와 어울리는 와인은?
나의 레스토랑은 보르도 지역과 가깝다. 그래서 푸아그라를 메인디시로 먹을 때는 탄닌이 강한 보르도 레드 와인을 추천한다. 샐러드처럼 애피타이저로 먹을 때는 가볍고 스위트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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