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 카드' 진짜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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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순형대표(왼쪽),최병렬 대표(오른쪽)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과녁의 초점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쪽으로 맞춰가고 있다.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盧대통령의 '시민혁명''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것'등의 발언에 반발해온 야당에 선관위 결정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민주당은 4일 심야 의원총회까지 소집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후만 해도 "대통령이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우회적으로 탄핵을 거론했던 조순형 대표는 밤 10시쯤 열린 의총에서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盧대통령은 측근들과 자신의 비리로 인해 도덕적 기반을 완전 상실했다"거나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실기하면 안 된다"며 의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몇몇 의원이 신중론을 폈지만 민주당은 일단 "盧대통령이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한다"는 '조건부 탄핵'을 결의했다. 탄핵 발의 구체적 시기 등은 지도부에 일임했다. 1단계로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도 벌이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탄핵 추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최병렬 대표 등 지도부가 강경론을 이끌고 있다. 崔대표는 "대통령이 법을 안 지키는 상태에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선거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 여부를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론 민주당이 탄핵 국면을 주도하도록 한 뒤 대세가 형성되면 행보를 같이한다는 전략을 다듬고 있다.

이런 야당의 움직임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당 내부에서조차 탄핵 추진의 역작용에 신중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불신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역풍을 우려했다.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도 "盧대통령의 관권선거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형성되고 밑으로부터의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만 탄핵이 가능하다"며 단계적 접근론을 폈다. 설훈 의원은 "이판사판식으로 탄핵한다고 나서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청와대의 윤태영 대변인은 "정치공세의 도를 넘어선 다수당의 횡포로, 이성을 잃은 무분별한 정치공세에는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盧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국 긴장이 높아질 조짐이다.

이정민.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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