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할머니, 아세요? 이제 세상과 화해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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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스타시커 1, 2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다산북스
1권 244쪽, 2권 268쪽, 각 권 8000원, 중학생 이상

“난 혼자야. 누구도 날 이해 못 해. 내 마음은 닫혔어. 이제 아무도 못 들어와.”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은 자신을 고독 속에 가둬 버린다. 그러나,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사람과의 소통이자 사랑임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열네 살 사춘기 소년 루크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절망에 사로잡힌다. 그를 괴롭히는 나쁜 패거리 친구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 소년의 사춘기는 혼란과 방황으로 뒤범벅된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신비한 환청은 그를 더욱 괴롭힌다.

“사랑은 참 이상한 거란다.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슬그머니 내게 다시 다가와 있어.”

어머니는 세상과 화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지만 루크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패거리 친구와 함께 리틀 부인의 보석 상자를 털러 갔다 우연히 마주친 한 소녀는 소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시력을 잃고 괴기스러운 노파 리틀 부인의 집에 내내 갇혀 지내는 불쌍한 나탈리. 자신보다 더욱 상처받은 영혼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서서히 세상과 화해하기 시작한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소녀를 납치할 수밖에 없었던 리틀 부인의 외로운 삶을 어루만지며 소년은 방황의 종지부를 찍는다.

이 책은 지난해 10월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리버보이』의 저자 팀 보울러의 작품이다. 보울러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특유의 숨가쁜 전개와 공감각적인 구성을 내세웠다. 감성적이면서도 신비한 피아노 연주는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어머니와의 화해도, 리틀 부인이나 나탈리와의 소통도 모두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교감을 나누던 차이코프스키의 ‘달콤한 꿈’, 리틀 부인에게 바치는 스크리아빈 ‘연습곡 2-1번’의 잔잔한 감동은 소설의 핵심이다.

소년이 리틀 부인을 위해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스크리아빈의 연습곡 2-1번을 연주하는 장면은 외로운 노파의 애달픔과 이를 치유하려는 절절한 마음이 뒤섞여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나무가 노래를 해. 다시 깨어나고 있어. 상처받았지만 치유될 거야…”

낮게 중얼거리는 루크의 마지막 독백은 열네 살 사춘기 소년이 마침내 힘든 세상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은 희망을 발견했음을 알린다.

실로 아름다운 글이다. 그리고 생각할 공간도 많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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