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유쾌발랄 외동딸 "나는 외롭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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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동딸이 뭐가 나빠?
캐리 베스트 글, 소피 블랙올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36쪽, 8500원, 유아∼초등 저학년

혼자라서 심심해하는 외동아이를 위한 책이기도 하고, “외동이라 버릇없겠다” “이기적이겠다”라며 지레 넘겨짚는 오지랖 넓은 이웃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글을 쓴 작가 캐리 베스트는 외동으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외동딸의 심리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주인공인 외동딸 로즈메리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어른 여덟 명(부모와 친조부모·외조부모에 이모와 삼촌까지)을 ‘거느리는’, 집 안의 공주다. 모두 로즈메리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른다 새근새근 잠을 자면 “착하기도 하다”며 칭찬하고, 엉금엉금 기면 “어쩜 이렇게 손발을 척척 잘도 놀리냐”며 신기해한다. 배 고프다고 칭얼댈 일도, 기저귀가 축축하다고 불평할 일도 없다. 조금이라도 불편할 새라 어른들이 먼저 알아서 척척 시중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마냥 행복했던 로즈메리. 하지만 자라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외출할 때도 엄마·아빠가 양 손을 꼭 붙잡고 있는 통에 아이스크림을 들 손도, 연을 날릴 손도, 코를 풀 손도 없었다. 부모가 다 먹여주고, 들어주고, 풀어주고…. 로즈메리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실 그럴 틈도 없다.

점점 로즈메리는 자신이 외동딸이라는 게 싫어졌다. 자기만 혼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빠랑 이층침대에서 난파선 놀이를 할 수 있는 시드니가 부러웠고, 여동생이랑 소꿉놀이도 하고 비밀 이야기도 나누는 모나가 부러웠다.

이 책의 매력은 외동딸의 현실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외동딸 캐릭터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로즈메리는 대책없이 응석을 부리지도, 외롭다며 청승을 떨지도 않는다. 엄마·아빠에게 “동생 낳아달라”고 몇번 졸라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로즈메리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거북이·고양이·개·새·거미·돼지 등 다양한 동물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친구를 삼은 것이다.

책의 마무리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로즈메리는 여전히 외동딸이에요. 하지만 더는 외롭지 않죠. 그럼 됐지요, 뭐. 안 그래요?”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보듬을 수 있는 존재가 어디 외동딸 뿐이랴. 키가 작아도, 얼굴이 못생겨도, 달리기를 못해도, 가난해도, “뭐가 나빠?”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된 것 아닌가. 아이의 자존감 키우기로 생각을 확장시켜봐도 좋을 책이다. 원제 『What’s So Bad About Being An Only Child?』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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