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벌써 불붙은 '부시 VS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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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선전에 불이 붙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로 날아갔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선거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다.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공화당은 4일 15개 주에서 부시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하는 정치광고를 시작한다.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선거운동을 시작한 전례가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케리 의원도 3일 플로리다에서 선거유세를 계속하는 등 경선이 사실상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강행군하고 있다.

◇왜 조기에 불 붙었나=민주.공화 양당 모두 이유가 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추락하는 지지율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드 길레스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민주당은 6개월간 경선을 빌미로 수많은 광고에서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젠 공화당이 나설 차례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2000년 앨 고어 후보의 악몽을 피해야 한다. 당시 고어는 후보로 확정되자 전국 순회를 중단했다. 그 사이 공화당 부시 후보는 전국을 돌며 고어를 효과적으로 공격, 고어 캠프는 뒤늦게 이를 만회하는 데 생고생했다.

◇쟁점은=워싱턴 포스트는 이라크전.경제.사회 이슈가 3대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라크는 부시 대통령에게 갈수록 무거워지는 짐이다. 미군이 현지에서 계속 공격당하고, 정권 이양도 순탄치 않아서다. 오는 11월 2일 선거전에 빈 라덴이라도 잡혀야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분위기다. 케리 의원은 이라크 문제를 출발점으로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무능을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 중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미국 경제가 기진맥진한 이유를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감세정책, 과도한 재정적자와 연결해 공격할 태세다. 반면 공화당은 "경제는 이미 회복하고 있다. 감세정책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강조한다.

새롭게 부상한 동성 결혼이 가장 큰 사회 이슈다. 부시 대통령은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했다. 반면 케리 후보는 동성 결혼엔 반대하지만 각 주에서 알아서 결정할 문제고 그걸로 헌법까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딕 체니 부통령은 각종 스캔들에 연루돼 인기가 바닥이어서 부시로선 부담이다. 민주당 케리 후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하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미 두 차례 대통령직을 지낸 클린턴의 부통령 자격이 시빗거리가 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3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부통령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과 "헌법상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부적합하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의 경우 로라 부시는 비교적 인기가 높은 편이다. 케리의 부인 테레사 하인즈에 대해선 평가가 긍정과 부정으로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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