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매수 또는 매도 추천을 하면 당일 또는 이튿날 해당 종목이 급등락하는 '애널리스트 장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2~3년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 의견은 투자자들에겐 단순 참고용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업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펀더멘털(기초여건) 장세가 이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하는 기업분석 보고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울고 웃고=지난달 18일 LG투자증권이 코스닥 등록기업인 엠텍비젼에 대해 "매출액과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지만 경쟁 격화 등에 따라 하반기 이후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주일 새 4만1400원에서 3만원으로 급락했다. 회사 측이 반박 공시를 내는 등 '저항'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굿모닝신한증권이 "엠텍비젼은 카메라폰 시장 급팽창에 따른 최대 수혜주"라며 목표주가를 5만원으로 제시하자 상승세로 반전 4일에는 3만5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리아나도 비슷한 경우다. 코스닥 등록기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국계 증권사 CSFB증권이 회사 탐방을 다녀온 뒤 지난달 25일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회사 주가는 2일까지 23% 올랐다. 그러다 현대증권이 지난 3일 "올해도 화장품시장의 위축현상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코리아나의 흑자 전환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자 주가가 10% 하락했다.
이 외에도 대우정밀.대우종합기계.아이레보.레인콤.기륭전자.에스원 등이 증권사의 매수 추천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으로 꼽힌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거래소 종목보다는 코스닥 종목이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개선 여지도 많아=1월 말 삼성SDI가 사상 최대의 분기실적을 발표하자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렸다.
당초 증권사들이 예측한 실적보다 실제 실적이 10~24%까지 오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네오위즈.NHN 등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전망도 상당 부분 빗나갔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이들 업체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투자의견을 올렸지만 뚜껑을 열자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도 기업 외부의 관찰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적이나 주가 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일반투자자에 비해 상당히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견 제시에 보다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