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 부자 클럽이냐” 한나라 “장관, 능력으로 판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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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 본인이 밝힌 재산형성 과정은 다양했다.

부동산과 예금을 포함해 140억여원을 신고해 장관 후보자 15명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35년 동안 배우생활로 번 돈”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부인 명의의 예금이 55억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산을 주로 아내가 관리하고 집을 사거나 땅을 사고 항상 아내와 공동 명의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39억원으로 신고한 청담동의 근린생활시설에는 극단 ‘유시어터’가 사용하는 극장과 본인의 집이 있다.

전국 각지에 대지와 공장, 주차장 등 3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죽은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며 “받은 이후 한번도 사고 판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변호사인 김경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4장의 골프회원권이 눈에 띄었다. 특히 시중에서 최고가에 거래되는 남부 CC 회원권에 대해 김 후보자는 “15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일반 회원권과는 다른 주중 회원권이어서 거래도 되지 않는 것”이라며 “다른 회원권들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인 정구현 연세대 교수 재산을 포함해 48억여원을 신고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가장 비중이 큰 10억원대 목동 아파트에 대해 “나이가 들면 아파트가 낫다는 주변의 권유가 있어 산 것”이라며 “남편이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시에 400여 평의 땅이 있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는 “주말농장용으로 구입했다”며 “작년에 특전사 이전 부지로 편입돼 수용 당하게 생긴 땅”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아온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재산 중엔 6억여원의 관악구 남현동 자택 외에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16억7200여만원짜리 상가가 눈에 띈다. 원 후보자는 “그곳은 15년 동안 살던 집인데 이사를 가면서 조금씩 세를 줘 나중에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했다”며 “새로 구입하거나 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전체 32억여원 중 본인 명의의 서울 이촌동 아파트(12억원)와 부인 명의인 경기도 오산의 땅(10억원)이 컸다. 남 후보자는 “이촌동 집은 17년 동안 거주했던 아파트로 재건축 대상이고 오산 땅은 아내가 처가에서 상속받은 것”이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이 평균 39억원여원에 달하는 것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갈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 많은 게 죄냐”며 “부정하게 축적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여러 차례 검증을 거친 만큼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장관은 능력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재산이 많고 적음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명박 당선자가 부동산 부자들만 장관으로 뽑았나 싶을 정도”라며 “강남 부자들이 서민들을 위한 민생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명박 당선인부터 부동산 문제나 위장전입 탈법·편법의 근거지”라며 “국무회의가 ‘부동산 부자 클럽’이 돼서야 어떻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11억2000만원 대 39억1300만원=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의 평균 재산액 11억2000만원에 비해 이명박 정부의 첫 각료들의 재산은 39억13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많았다. 5년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다 해도 3배 이상 많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모두 부동산 등의 등록 기준은 공시가격이지만 5년 전에 비하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의 시가 반영률이 훨씬 높아졌다.

임장혁·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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