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심을 털고 새 출발에 협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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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해 제기됐던 의혹을 수사해 온 ‘BBK 특검팀’이 38일 동안의 수사 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특검팀은 당선인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확인한 셈이다. 논란이 많았던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와 관련,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 결론과 달리 ‘당선인의 친형과 처남 소유’라고 확실히 했다.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서 벗어나 산뜻한 마음으로 새 정부를 이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특검 운용 과정에서 빚어진 사법체계의 신뢰 훼손은 반드시 치유돼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와 같은 결론을 낼 특검이라면 굳이 검찰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까지 낭비하면서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특검제는 권력 핵심부에서 빚어진 비리나 검찰 내부의 비리 등 검찰에서 수사하기 부적절하거나,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안에 적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특검은 검찰에서 이미 결론지은 사건을 대상으로 삼았다. 별도의 증거나 자료가 제시되는 등의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 집권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정략적이었다. 구속된 피의자 일방의 주장을 도입의 한 근거로 삼은 것 역시 부적절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권 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온갖 의혹을 제기해 놓고 막상 수사가 진행될 때 단 한 건의 자료 제출도 없지 않았나.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8개월에 걸친 이중의 검증이 끝났다. 혹시 아직도 불신하는 측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검까지도 불신한다면 어떤 기관인들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과거의 의심을 모두 털고 새 출발 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아울러 특검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한 정치권은 어떤 형식으로든 반성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특검제도를 비롯한 국가 사법체계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