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만드는 엘리베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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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승강기가 오르내리면서 스스로 전기를 만든다.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가 21일 선보인 ‘리젠’은 자가발전으로 전력 소모를 최대 75%까지 줄이는 승강기다. 이 회사 브래들리 벅 월터 사장은 “유가 100달러 시대에 에너지를 절감해 주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리젠이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간단하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부분인 ‘카’와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추’가 도르레로 연결돼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사람이 많이 타서 카가 균형추보다 무거울 때 엘리베이터를 올리려면 전기를 써서 모터를 작동해야 한다. 반대로 사람이 많이 탔을 때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 모터가 전기를 만들어낸다. 균형추보다 가벼운 빈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모든 엘리베이터는 이런 식으로 전기를 생산해 왔다. 다만 전기를 모두 열로 내뿜어버렸을 뿐이다. 리젠 시스템은 이 전기에너지를 버리지 않고 건물로 돌려 쓸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은 오티스 한국연구소가 2003년부터 3년간 2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개발팀을 이끈 이재필 이사는 “모의실험 결과 17인승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25층 아파트는 대당 연간 61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있는 엘리베이터 34만 대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연간 2074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엘리베이터에 리젠시스템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만~300만원이다.

리젠은 2006년 유럽과 중국·일본에서 먼저 상용화됐고, 우리나라엔 다음달 출시한다. 벅월터 사장은 “올해 중 국내 판매 1만 대, 수출 5000대가 목표”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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