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거래 위험관리시스템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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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89년4월 광주은행은 선물환거래로 3백46억원의 손해를보았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올 2월 영국 최고(最古)은행 베어링이 한 직원의 무모한 선물(先物)거래로 주인이 바뀌는 사태를 보고 금융파생상품의 투자가 어떤 결과 를 빚는 지를알게 됐다.그런데 최근 국내 수협(水協)중앙회는 선물환 거래에서 1백71억원의 손실을 보았다.파생금융상품 거래에 관한 한 마치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다.이 세 사건의 진행과정은 우리에게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이들 세사건의 경우 공통점은 우선 트레이더(trader)는 거래에 상당한 경험이 있고 초기에는 다소 보수적인 투자로 성공했지만 나중에는 거리낌없이 독자적으로 투자결정을 했다.둘째는 이해가 부족한 상사(上司)는 형식적인 결제를 하거 나 아예 외면했다.그러다 보면 내부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한도를 초과하게 되고 이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셋째,사태가 더욱 나쁜 방향으로 갈수밖에 없는 것은 매매와 결제가 한사람에게 집중돼 사후 체크가 되지 않았 다는 점이다.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이 세경우 모두 내부통제시스템이 없었다.넷째,회사는 시장점유율에 집착해 다가올 위험은 무시했다.다섯째,초기의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딜러는 투자금액을 늘리고 차츰 자기의 실력을 과신했다.여섯째,대규 모 손실을 본 회사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다.광주은행은 사건후 행장을 포함한 전임원이 갈리고 주주들이 유상증자라는 긴급수혈을 했지만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베어링은 그룹 전체가 네덜란드 한 은행으로 넘어갔다.
사람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기성향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단기매매의 본질이다.이것이 승진이나 보너스에 대한 욕심과 결합되고 나아가 손실추궁에 대한 공포감까지 겹치면 예상되는 결과는 뻔하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이런 사건에 대한 가장 나쁜 대응은 정부가 어마어마한 규제로 덤벼 시장자체를 죽이든지 기업이 겁먹고 시장을 아예 떠나는 것이다.
사실 급변하는 환율.금리.주가등에 그냥 내맡기는 것이야말로 무모한 짓이다.불과 수개월전만 하더라도 달러당 1백엔을 넘던 달러시세가 80엔대로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장사를 하다 보면 떼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도적인 장치로 사고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상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내부통제와 주의깊은 감독을 포함하는 위험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이 체제가 환경변화에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길밖에 없다.
〈權成哲 전문위원.經營學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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