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객관성 시급한 의사國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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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배부(背部)통증을 호소하는 40대 남자에서,배부통증 부분에밑줄 그으세요.배부통증이란 ….」 예비의사들의 교육에도 학원식강의의 표본인 「밑줄쫙」이 등장했다.
최근 서울대의대는 의사국가시험을 대비해 의대 4학년생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직접 문제풀이식 임상강의를 매주 월요일 3시간동안 실시하고있다.국내 최고의료진의 등용문으로 자처해온 서울대의대가 그동안 학생들의 자율학습에만 맡겨온 의사국가 시험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올해초 사상초유의 대규모 의사국시탈락을 경험하면서부터.
이 와중에 인턴시험까지 합격한 30여명의 졸업생들이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된 것.연세대의대도 몸살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성적이 나빠 의사국시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학생은 아예 母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인턴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안이 제출돼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물론 해마다 95%를 넘는 합격률을 나타내 의사가 되기위한 고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는 의사국시가 공정성과 엄격성에서 제 모습을 찾아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같다.
문제는 집행의 파격성과 시험운영에 대한 장기적인 룰이 아직도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어쩌면 이같은 의과대학의 호들갑이 의사 신구세대간의 갈등으로까지 심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지난번 국시파동이 의대증 원이 불가피한실정에서 의사배출수를 시험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료단체의 불순한(?)의도로까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덤터기를 쓰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야한다」는 의대생들의 자조섞인 푸념은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실력있는 의사를 공정하게 뽑을수 있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험제도와 의료인 양성계획이 조속히 마련돼야할 것이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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