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후보 청문회] “아들에게 편법 증여” “내 인격을 믿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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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인준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는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 없는 이 당선인한테 총리직을 제의받고, 놀라고 망설였다”며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여 봉사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 뒤 전개된 청문회 풍경은 지난 10년간 봐 왔던 것과 정반대였다.

과거 공격에 나섰던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한 후보자를 두둔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도덕성 의혹을 제기하는 데 열중했다. 오후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신빙성도 없는 질문이지만 충실히 답변하라”고 하자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고함을 쳤다. 막판에 송영길 통합민주당 의원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정부”라고 비난하자 다시 소란이 일었다. 대선 때 의혹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되자 정세균 위원장이 “이명박 청문회가 아니라 국무총리 청문회”라고 만류하는 일도 벌어졌다.

◇도덕성 논란=통합민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가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재무위원으로 활동한 전력부터 경력 허위 기재, 아들에게 편법 증여한 의혹까지 두루 짚었다.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은 “영국 요크대 등에서 ‘어시스턴트 렉처러(assistant lecturer)’를 한 게 강의를 도와주는 것 정도인데 교수를 지냈다고 과거 선거 공보에 기재한 건 허위”라고 따졌다. 한 후보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로이 해러드의 공식 직함은 스튜던트(Student)였다”며 “교육제도가 달라서 생긴 오해”라고 반박했다. 공성진 의원도 “요크대 학과장이 ‘지금 없어진 제도지만 추정컨대 미국의 조교수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고 거들었다.

서갑원 통합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아들이 전세를 살면서 한강로에 아파트를 산 건 편법 증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아들이 미국 MIT에 근무할 때나 병역 특례로 방위산업체에 근무할 때 돈을 벌었다”고 반박했다.

통합민주당은 이 당선인의 청와대 수석 가운데 충청·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집중 거론했다. 서갑원 의원은 “‘고소영 인사’라고 들어봤느냐. 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고 한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 서울시청 출신을 ‘고소영 에스(S)라인’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분명한 소신 피력도=한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낮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통합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거나 “적절한 조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소신 피력도 적지 않았다. 그는 “인생의 가치를 명예에 두고 평생을 살아왔다. 저나 제 처는 평생 동안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강언했다. 그래도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제 인격을 믿어 줘야지 의심하면…”이라고 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에 지나치게 비판적이다”(송영길), “검찰이 정동영 후보를 소환 조사하는 게 올바른 처사인가”(민병두)라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각각 “닉슨 미국 대통령은 반공주의자였지만 누구보다 미·중 관계 개선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검찰의 총수가 아니다. (총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고 되받았다.

한승수 인사청문회 쟁점·답변

▶춘천·압구정 부동산 투기 의혹=“인생의 가치를 명예에 두고 평생을 살아왔다. 저나 제 처는 평생 동안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없다.”

▶아들에게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아들이 나름 저축을 했다. 아들 부부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전세자금을 빼 한강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산 것으로 알고 있다.”

▶“남주흥 통일부 장관 후보는 대북 강경론자” 지적=“이 당선인의 통일관을 충실히 수행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글=고정애·김경진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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