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서울쥐와 시골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솝 우화의 서울쥐는 그래도 행복했다.쉴새 없는 인기척에 마음이 불안하긴 했지만 시골쥐에 차려보인 식탁 만큼은 배.콩.빵.치즈.대추야자.꿀,그리고 과일들로 그들먹했다.적어도 먹는 음식은 영양가 많았던,그래서 같은 시궁쥐라도 시골쥐 보다 몸무게가 20% 정도 더 나가는 서울쥐 신세가 요즘 퍽 처량해진 모양이다. 서울쥐의 고단한 삶은 주거형태가 주로 아파트로 바뀌면서부터 시작됐다.게다가 4년전부터는 그 아파트의 쓰레기 배출구마저 막혀버렸고,올들어서는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쓰레기종량제까지 실시됐다.불안한 건 물론이고 이젠 배까지 곯아야 하 는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쥐는 굉장한 대식가(大食家)다.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10분의1이나 되는 곡식과 과일을 먹어 치운다.그런 만큼 굶주림에도 약해 3일만 못먹어도 죽는다.그래서인지 요즘 서울의 쥐잡기 용역업체에 들어오는 아파트단 지의 방제(防除)신청이나 쥐약 판매도 줄고 각 구청의 쥐잡기사업도 시들해졌단다.
대략 3천6백만년전에 나타난 쥐의 종류는 2백20만속에 약21천8백종이나 된다. 포유류의 약 3분의1을 쥐들이 차지한다.
수명은 3년정도지만 1년에 3~6번씩,한번에 6~12마리의 새끼를 낳을수 있어 한쌍의 쥐가 1년이면 1천마리도 넘게 불어난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쥐를 가장 강한 번식력과 생활력을 지닌 포유동물로 꼽았을만 하다.
지구상에 살고있는 쥐는 대개 사람의 서너배쯤 될것으로 어림잡는다. 쥐와 인간의 공존관계는 8천년에서 1만년전 사이 아시아 초원지대에서 시작된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그 후로부턴 인간에게 백해무익한 좆재로 끊임없는 박해속에 살아왔다.
배곯는 설움을 당하는 집쥐와 달리 들쥐는 오히려 신세가 폈다. 92년 국립보건원의표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사는 들쥐는세계평균 서식밀도의 근 10배나 되는 9억6천마마리에 이른다.
놀리는 땅이 늘고 쥐불놓이가 줄어든 것도 한이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들쥐의 천적인 뱀과 매.수리등을 마구 잡은탓이다.
호사스러워도 불안한 삶은 평화롭고 소박한 삶만 못하다는 이솝우화의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이를 서울쥐와 시골쥐에 빗대는것은 이제 바뀌어야 될 모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