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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紙 특집시리즈 기사 "核폭탄을 다시 생각하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 5월 북한 核위기가 고조될 무렵 윌리엄 페리 美국방장관은▲영변원자로에 대한 공습▲주한미군 1만명 증강▲기타 전면전계획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紙는 최근 연재중인「핵폭탄을 다시 생각하며」라는 특집시리즈에서 이같은 내용을 파헤쳤다.
다음은 주요내용이다.
페리 국방장관은 94년 5월21일 리처드 루거와 샘 넌등 두상원의원에게 북한을 은밀히 방문,김일성(金日成)의 의중을 알아보도록 요청했다.그 1주일전 북한은 영변 원자로로부터 연료봉을인출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핵위기를 고조시켰다.
북한은 이 연료봉에서 핵무기 5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었다.페리장관은 오는 2000년까지 북한이 1백개이상의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美국방부는 도대체 김일성이 핵무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페리장관은 94년 5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검토했다.하나는 북한 원자로에 대한 공습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을 1만명이상 증강시키는 안이었다.
또한 수십만명의 병력을 공수하는 전면전 계획도 구체적으로 검토됐다. 5월19일 페리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게리 럭 주한(駐韓)미군사령관과 함께 백악관으로 갔다.럭사령관은 한반도에 재래식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미군 8만명에서 10만명을 포함,1백만명이상의 희생자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럭장군은 만약 북한이 21세기 초반까지 20개 또는 50~1백개의 핵무기를 만들 경우 이는 보다 가공할 위협이 될것이라는 점을 적시했다.북한의 핵보유 가능성과 관련,美중앙정보국(CIA)은 아마도 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국무부 정보연구국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정부의 경비와 한국.일본.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총 전쟁 경비는 1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게 럭장군의 판단이었다.
백악관은 먼저 김일성의 의중을 타진키로 하고 루거와 넌의원의협조를 요청했으며 이들 의원도 북한을 방문키로 했다.
5월25일 오전 이들 2명은 북한으로 향했다.
럭장군이나 국방부 전쟁기획관들은 만약 북한이 한개의 핵무기를사용한다면 미국이 대량보복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핵위기가 고조될 무렵 뉴멕시코州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도 핵확산저지팀이 컴퓨터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는 모의실험을 했다. 김일성이 땅굴속에 핵폭탄을 숨겨놓았다면 이를 파괴하는 방법은 다수의 美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페리장관은 6월중순까지 두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공습계획을 검토한 결과 방사능 낙진을 확산시킴 없이 북한의 원자로를 없애버릴 기술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한국.대만.일본은 전쟁발발 가능성을 들어 이를 강력히반대했다.
페리장관은 대신 평양측에대해 주한 미군증강이 특별한 침공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하면서 1만명의 美병력을 증파하는 안을 추진키로 했다.
6월16일 페리장관과 럭사령관은 이같은 계획을 갖고 백악관을방문했다.그러나 페리장관이 백악관에서 군사력증강계획을 브리핑할때 북한을 방문한 카터前대통령은 김일성이 미국의 외교적 양보를조건으로 핵동결에 합의했다고 백악관에 전화로 보고해왔다.카터는곧 모든 내용을 CNN에 생방송하겠다고 밝혔다.
김일성은 죽었으나 페리장관은 그의 아들 김정일(金正日)이 미국의 핵억제력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은「날렵한 댄서」라는 암호명으로 걸프지역과 한반도에서 2개전쟁이 거의 동시에 발발하는 경우의 모의 전쟁실험을 실시했다.
한반도의 경우 김정일이 한국항구에 화학무기를 발사하고 상륙지점을 봉쇄하고 수천명의 미군을 중독시키는 경우를 상정했다.
하나의 대안은 북한에 대해 전술핵무기로 보복하는 것인데 모의전쟁 실험자들도 美대통령이 핵보복을 승인할 것이라고는 동의할수없었다. 또 화학무기 보복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두번째 대안은 대륙간 탄도탄에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탄두를 탑재,북한으로 발사하는 것인데 모의 실험자들은 이 대안에 대해서도 주저했다.화가 나서 먼저 ICBM을 발사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ICBM를 발사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중국상공을 날아가야하는데 중국이 과연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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