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행복한공부] 머리가 나빠 공부를 못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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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더 잘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학생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 가운데는 자신이 정말로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자기 불신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중3이 되는 상민이(가명)는 유별날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심지어 공부를 더 잘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더군요. 예상 외의 답변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공부를 하기만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하겠니?”

그랬더니 다시 한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야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지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성적이 오른다는 건 상식이지만 상민이처럼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해봤자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괴상한 믿음을 가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더 잘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의 이면에는 “나는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믿음이 공부를 싫어하거나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죠.

상당수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믿음이 또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기에는 자신의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영어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아요. 다른 과목도 너무 쉽게 까먹어요.”

그래서 같은 단어나 교과 내용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지 물어보면 거의 모두 “한두 번”이라고 대답합니다. 겨우 한 두번 보고 안 잊어버리기를 바란다니 지나친 욕심 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욕심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자기 두뇌를 원망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머리가 안 좋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학생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공부를 안 하거나 싫어하는 핑계거리로 머리가 안 좋다는 말을 하지요.

학생들을 만날수록 선천적인 두뇌 능력이나 지능지수 같은 것이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그보다는 건전한 자아정체성과 감수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건강한 자존감입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내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이 ‘행복한 공부’의 기초입니다.

최성환 아시아코치센터 학습전문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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