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문제 삼은 구절은 모두 4개다. 소설과 시에 한 차례씩 등장하는 ‘수령님’이란 칭호와 ‘89년 초 북남작가회담 개최에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서로 만나기로 하였는데 그 력사적 장거가 남측 당국에 의하여 차단되었다’라는 수필에서의 글귀 등이다.
이에 대해 정도상 위원장은 “북측이 애초 싣고자 했던 선군(先軍)문학이나 수령을 직접 형상화한 작품은 모두 뺐다”며 “‘수령님’과 같은 표현은 북한에서 문학적 관용어로 쓰이는 것으로 전체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또 “북측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던 남정현의 ‘분지’를 싣자고 제안했으나 우리가 먼저 거절했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잡지를 창간하는 게 아니라는 우리의 뜻을 정부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미 잡지에 실릴 원고의 초고를 검토해 문제가 되는 구절이 삭제되지 않는 이상 반입이 안 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며 “심의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반입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문학’은 2005년 평양 등지에서 열린 민족작가대회에서 결의한 사안이다. 북측에서 편집과 제작을 맡았으며, 남측은 제작비 2000만원을 북측에 지불하고 이달 말께 2000부를 건네받을 예정이었다. 잡지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 축사를 비롯해 고은·이청준·이근배·은희경 등 남측 작가 15명의 작품과 북측 작가 15명의 작품, 해외동포 작가 3명의 작품이 실렸다.
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