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0점 만점에 30점 받은 환경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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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발표한 국민 환경의식 조사 결과는 환경 후진국의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이다. 상의는 기후 문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기후 변화의 인식과 대처 과정을 인지-이해-확신-행동 등 4단계로 나누어 점수를 계산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3점이 나왔다.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더욱 낯 뜨겁다. 인지 점수는 70점인데 행동 점수는 30점을 받았다. 한마디로 알아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일상에 이런 따로국밥식 환경 행태는 널려 있다. 한 예가 2004년부터 시작된 자동차 공회전 방지운동이다. 전국 시·도가 연료낭비와 대기오염을 막자며 조례까지 만들어 단속에 나섰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내 돈 내가 쓴다’며 준수하는 시민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들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예방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느긋한 모습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가정에 불고 있는 ‘에코 맘’이라는 환경보호운동을 크게 소개했다. 열거된 실천사례를 보면 눈물겹기까지 하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걸어서 학교에 바래다주고, 심지어 한 번 쓴 목욕물도 다시 이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겨울에 속옷 바람으로 땀을 흘리는 우리네 모습을 비교하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후손에게 온전한 생활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이제 환경보호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다. 정부나 관련 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범국민적 동참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제부터 에너지관리공단과 중앙일보 공동 주관으로 막이 오른 ‘탄소 제로 캠페인’은 낙후된 환경의식을 고양하고, 에너지 절약 정신을 일깨우는 불씨가 될 것이다. 우리의 환경의식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은 일단 계기가 마련되면 최고를 만들고야 마는 근성을 지닌 민족이다. 태안 자원봉사의 기적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보았다. 그 힘을 발판으로 이제 환경보호의 신화를 이루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