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통합정보시스템(DIS)…. 최근에 나오는 신차들은 첨단 편의사양을 자랑거리로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정작 새 차를 사려고 하면 이런 사양 대부분이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고 옵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자동차업체들의 교묘한 옵션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비싼 모델을 선택해야만 한다. 옵션 사양을 이것저것 붙이다 보면 차값은 어느새 훌쩍 뛰어버린다.
◇최저가 모델엔 없는 인기 옵션=회사원 김기준(29)씨는 지난달 르노삼성 QM5를 구입했다. SE, LE, RE 세 가지 모델 중 그가 선택한 건 ‘LE 플러스’. 사양이 가장 낮은 SE은 차값이 200만원 정도 싼 대신 그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세이프티패키지(90만원)를 아예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QM5가 국내 차 중 처음 선보인 파노라마 선루프(85만원)는 다른 차 선루프 가격의 두 배를 넘지만 ‘이 차에만 있는 옵션인데’하는 생각에 달았다. 차 위에 달린 루프랙(16만원)과 스마트카드키(65만원)를 포함한 총 차값은 2891만원. “차 크기는 현대 투싼 정도인데 고급 옵션이 많다 보니 가격이 싼타페와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QM5 고객 중 절반 가까이가 최고급인 RE를 선택한다. SM7 등 다른 차종은 중간급인 LE가 가장 인기다. QM5에서 유독 RE가 인기인 건 바로 ‘보스 사운드 시스템’ 때문이다. LE에서는 76만원짜리 옵션이지만 RE는 기본으로 달린다. 바이-제논 헤드램프(70만원) 옵션도 RE모델만 장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SE보다는 500만원, LE보다는 300만원 정도 비싼데도 최고급 모델이 잘 나간다. 옵션 정책의 영향이 큰 것이다.
QM5 고객이 선호한 옵션은 루프랙, 파노라마 선루프, 세이프티 패키지, 투톤 외장컬러(25만원), 바이-제논 헤드램프 순이었다고 르노삼성은 밝혔다. 특히 루프랙은 90%, 선루프는 80%에 가까운 고객이 선택했다.
지난달 출시한 제네시스는 DIS모젠과 전방사각지대 카메라, 후방모니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모두 장착하려면 916만원이 든다. 웬만한 소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
제네시스의 기본 가격은 4050만원부터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 TV 광고에 나온 것처럼 앞차와의 거리를 조정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3.3럭셔리VIP팩(기본가 5520만원) 이상 모델만 장착할 수 있다. 핸들 회전에 따라 움직이는 어댑티드 헤드램프는 3.8L급에만 장착되고 3.3L급에서는 아예 선택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장 싼 3.3그랜드를 선택하는 고객은 5.6%에 불과하다. 대신 렉시콘 사운드시스템이 기본 장착되는 3.3럭셔리 프라임·VIP팩(33.7%)이 가장 선호된다. 3.8L모델을 선택하는 비율도 32.8%에 달한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