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화제>윤회사상 西歐서도 보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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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등 서구 여러나라의 타블로이드판 잡지를 보면 『전생의 짐을 벗지 않으시렵니까』와 같은 헤드라인이 종종 등장한다.소위 말하는 「뉴에이지」의 물결을 타고 불교철학의 핵심인 윤회사상이기독교가 지배적인 사회에도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입증해주는 현상인 것이다.
이런 선정적인 잡지가 아니더라도 각종 통계를 보면 윤회사상이서구인들에게도 상당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지난81년 갤럽이 미국내 종교실태를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인구의 23%인 3천8백만명이 윤회사상을 믿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갤럽여론조사에서는 인구의 29%가사후에 다른 삶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고 있어 윤회사상이 서구에서 보편적인 사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프랑스에서 저명한 옥스퍼드 출신 신학자인 맥그리거교수가 서구사회의 윤회사상 역사를 조명한 『윤회사상탐구』(Enquete sur l'existence de la Reincarnation.Filipacchi刊)를 펴내 동양사상연구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서구 신학자중 드물게 윤회사상을 굳게 믿는 맥그리거교수는 고대 서구철학에서 윤회사상을 끌어내고기독교와 윤회사상의 양립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먼저 서구에서 윤회사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저자는지난 수십년동안 서구사회에서 기독교가 부진한 틈을 동양종교가 파고드는 현실을 꼽고 있다.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생(生)과 사(死)를 이야기한 윤회사상이 기독교의 퇴 조로 정신적 공허함을 겪고 있던 서구인들에게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죽으면 다른 생명으로 환생한다는 윤회사상은 인류의 철학중에서 가장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원시종교에서도 그렇고 고등종교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가르침의 하나다.윤회는 힌두교에서도 주요 사상으로 받아들여져 인도문화를 형 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유태교에서도 전혀 낯선 사상만은 아니다.
서구철학계에 윤회사상이 처음으로 전해진 것은 인도를 통해서였다.피타고라스를 거쳐 플라톤으로 이어지면서 정착하게 되는데 플라톤은 이 사상을 자신의 이데아에 접목시켰다.플라톤의 영향으로초기 기독교인들,특히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윤회사 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쪽이었다.
저자는 성경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성경에서도 윤회사상을 엿볼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가령 기독교에서 말하는 연옥의 개념은윤회사상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두 개념의 뿌리까지 접근해가면 똑같은 사상을 표현만 달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연옥도 윤회의 한 단계라고 본다.사후 인간은 연옥을거치면서 죄의 사함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혼의 순결을 얻고 마지막으로「천상의 음악」을 듣게 된다.일단 죽은 뒤에도 영혼이 계속된다고 믿는 마당에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윤회를 믿지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신약성서에서 윤회사상을 도출해내는 부분은 신약성서의 히브리서 9장 27절.『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그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는 부분이 오해되고 있다고 저자는설명한다.이 구절의 참뜻은 인간의 죽음은 속세에 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이지 영혼의 부활까지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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